직장인 A씨는 지난해 집을 사기 위해 3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2%대 저금리 대출이었지만, 추후 금리가 껑충 뛸까 불안하던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소식을 접했다. A씨는 "소득제한도 없는 상품인 데다 집값도 9억 원 이하로 떨어져 미리 갈아타는 게 나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심모(31)씨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집을 살지 고민 중이다. 그는 "5억 원까지 대출이 되면 마음에 드는 집을 '영끌'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릴까 싶다가도 정부가 1년만 운영한대서 내년에 사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년 초 출시를 예고한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 '금리 부담 완화로 매수심리가 늘 것'이라는 반응과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수요가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것으로, 집값이 9억 원 이하면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선 내년 초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신규 구매, 대환,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전용 대출 모두 가능하다. 차주의 부부합산소득이 7,000만 원을 넘을 수 없고, 6억 원 이하 주택에 3억6,000만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현재 보금자리론에 비해 허들이 확 낮아졌다. 금리도 연 4~5%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한번 금리가 정해지면 고정되는 체계"라면서 "적정금리에서 인하한 우대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조만간 특례보금자리론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여부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여부 등을 관련 기관과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다.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 저금리 주담대 상품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에 시장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직장인 B씨는 "2018년 혼합 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뒤 곧 변동금리로 바뀔 예정이라 걱정이 컸는데 이 상품으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부동산커뮤니티에는 "대출금리가 올라 주택 구매를 주저했는데 기회가 생겼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에 반해 "집값은 계속 더 떨어질 것"이라며 "5% 금리도 서민들에겐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현재 하락기인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무리한 대출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의견도 갈리긴 마찬가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DSR 규제 없이 시장에 도입될 경우 실수요자의 중저가 급매물 거래에 상당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집값 하락 예상이 극도로 큰 현재 상황에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