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면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로 불똥이 튀었다. 국민의힘이 국조특위 위원 전원 사퇴 의사 표명 등 사실상 보이콧 카드로 맞대응하면서 '반쪽 국정조사' 우려가 현실화하면서다. 민주당은 여당의 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야3당만으로 단독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소속 의원들과 규탄대회를 연 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너무 남발해서 헌법상 해임건의안을 희화화시키고 사문화시키는 결과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예산안이 통과된 다음에 국정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해임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무용하다"고 주장했다.
국조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예산안 합의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양당 간 합의 자체가 파기됐다"며 "국정조사 시작도 전에 해임안을 처리하고 나아가 탄핵까지 공언하는 자체가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논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으로 합의한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국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조 실시에 합의한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판이 나오는 등 강경 기류도 감지된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애초 (국조는)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조 찬성 여론이 더 많은 상황에서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여당의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또 야3당만으로 국조를 진행할 경우, 국민의힘 요청으로 합의 당시 제외했던 대통령실 경호처 등이 국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데다 1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국조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처리와 국조는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여당이 국조 참여를 거부할 경우 야3당만으로 실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 측에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사퇴를 철회하고 국정조사 논의를 시작하자고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가 오는 16일인데, 그때까지 국정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국조 진행과 관련한 여야 협상이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잡힌 15일을 넘긴다면 야당만으로 국조를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저분(국민의힘)들은 해임건의안과 무관하게 국정조사 자체에 반대해 온 분들이고 유가족과의 첫 특위 간담회에도 전면 불참한 분들"이라며 "애초에 국정조사를 막고 싶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