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수비’를 선보인 모로코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며 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모로코는 11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유시프 누사이리(세비야)의 헤더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모로코는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1990년 카메룬 △2002년 세네갈 △2010년 가나의 8강 진출을 뛰어넘는 업적이다.
약팀을 상대한 것도 아니다. 모로코는 벨기에(2-0), 스페인(0-0, 승부차기 3-0), 포르투갈(1-0) 등 1포트(톱 시드) 팀들을 연달아 무실점으로 제압했다. 조별리그에서 유일하게 무승부를 기록한 크로아티아 역시 두 대회 연속 4강에 오른 강팀이다. 이 대회에서 치른 5경기에서 모로코는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모로코를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이끈 것은 완벽한 수비조직력이다. 모로코는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최후방 수비수들과 미드필더 간 간격을 촘촘히 유지했다. 이 때문에 상대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설사 모로코의 수비라인이 뚫려도 골대를 지키는 야신 부누(세비야)가 신들린 선방으로 실점을 막아냈다. 그는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유효슈팅 3개를 모두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3번째 클린시트(무실점)였다. 그는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도 2차례 완벽한 선방을 선보이며 ‘모로코 돌풍’의 중심에 섰다.
이 같은 끈끈한 수비조직력과 신들린 선방 덕분에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상대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은 캐나다전에서 기록한 자책골 1골이 전부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 한 방을 터트리는 효율적인 역습도 모로코의 강점 중 하나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 누사이르 마즈라위(뮌헨), 야흐야 아티야툴라(위다드) 등 양쪽 풀백의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포르투갈전에서도 왼쪽 풀백 아티야툴라가 올린 크로스가 누사이리의 헤더골로 연결됐다. 또 이줏딘 우나히, 수프안 부팔(이상 앙제 SCO), 하킴 지야시(첼시) 등도 빠른 역습 전개를 펼쳤다.
한편 이번 대회 4강 진출팀은 모로코를 비롯해 프랑스,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로 확정됐다.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는 14일, 모로코와 프랑스는 15일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