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가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한국 콘텐츠를 틀어막은 지 6년 만에 비로소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이번 주 초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된 터라 양국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다만 한한령의 빗장을 풀기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의 문화교류에 불과해 여전히 넘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아 보인다.
11일 외교·문화계에 따르면 중국 OTT인 '유쿠'는 12일부터 한국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방영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등을 통해 알렸다. 이 드라마는 tvN에서 올 초 방영한 청춘물이다. 유쿠는 알리바바그룹이 소유한 중국 최대 OTT 중 하나다. 유쿠는 JTBC 드라마 '구경이'의 판권을 최근 사들이기도 했다.
다른 OTT인 비리비리(Bilibili)는 앞서 8일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슬의생)을 공개했다. 슬의생은 지난 5월 25일 '배드 앤 크레이지' 이후 6개월여 만에 중국 OTT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다.
한국 콘텐츠가 그간 난공불락이던 중국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15일 한중정상회담 이후부터다. 대통령실은 당시 브리핑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 '강변호텔'이 중국 OTT 텅쉰스핀에 올라온 것을 두고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자찬했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와 영화 몇 편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해서 한한령 해제를 운운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인의 △온라인 단체 한국 관광 △전세기·크루즈 운항 △롯데 관련 시설 이용 3가지가 기준으로 꼽힌다. 중국이 이들 조건을 허용해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비로소 한한령이 풀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금주 초 화상으로 만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한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게 중국 공식 입장이지만 실질적 제한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박 장관은 지난 8월 한중 외교장관회담 때부터 중국 내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해법을 놓고 중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한령을 비롯한 다른 현안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최진백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교수는 “중국이 시진핑 3기 들어 주변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콘텐츠를 방영한 것도 이런 기조의 일환"이라면서 “다만 유화적 분위기가 언제든 바뀔 수 있기에 지금 한한령 해제를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