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다. 여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15일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약 30분간 회동을 가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김 의장이 내일 오전 10시에 본회의를 열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여야가 아직 합의하지 못한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겠다고 했다"면서 "김 의장이 '그때까지 합의안을 반드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과 오후 잇달아 만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협상했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특히,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하안을 두고 야당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에) 법인세 감면 대상 등 남은 쟁점에 대한 저희 최종입장을 전달하면서 국민의힘과 정부의 입장을 달라고 했지만 기존 입장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논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법'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에 김 의장은 '법인세 인하법 통과 후 2년 유예'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세, 경찰국 예산, 법무부 인사검증단, 지역상품권 등의 예산을 두고 양당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부터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여야 간 원내대표 협상에서도 예산안이 합의되지 못했다"면서 "예산안 협상이 끝내 결렬돼도 해임건의안은 내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하므로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 8일 본회의에 보고된 해임건의안은 11일 오후 2시까지 표결 처리되지 않으면 폐기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앞서 '외교 참사'를 이유로 국회를 통과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도 불수용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따져보기도 전에 이 장관 해임부터 요구하는 건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야당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이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해임을 거부한다면 탄핵소추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을 의원 다수가 해줬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국회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장관 해임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따라 연말 정국은 격랑에 휩싸일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15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제출된 안들을 두고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회의에서는 수정안과 정부 원안 순서로 표결에 부쳐진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 재적 과반(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정부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