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50% 사망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가슴 열지 않는 'TAVI 시술'로 치료

입력
2022.12.12 18:40
21면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국형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동맥판막협착증(aoric stenosis)’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호흡곤란ㆍ가슴 통증ㆍ실신 등 3대 증상을 방치하면 2년 이내 50%가 사망한다. 고령화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약물로 치료할 수 없고, 노화된 심장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즉,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ㆍSAVRㆍ수술)’이나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ㆍTAVIㆍ시술)’을 받아야 한다.

국형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국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약물로는 증상을 개선할 수 없기에 반드시 판막을 교체해야만 한다”며 “이전에는 가슴을 열고 인위적으로 심정지를 만든 상태에서 시행하는 ‘SAVR 수술’이 표준 치료법이었지만 사망 및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TAVI 시술’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국 교수는 ‘국내 최연소 TAVI 시술 프록터’ 자격을 갖고 있다. 프록터(proctor)는 TAVI 시술을 시행하는 전 세계 의사에게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계획 및 시술 관련된 사항을 교육하고 TAVI 독립 시술 자격을 관리 감독하는 의사를 말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병인가.

“심장은 2개 심방과 2개 심실로 구성돼 4기통 엔진처럼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심장의 4개 판막(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천판막, 승모판막)은 심장의 큰 조력자다. 판막은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피를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에 있는 4개 방 가운데 마지막 방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온몸으로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문이 바로 ‘대동맥판막’이다.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온몸으로 공급되는 신선한 혈액이 거꾸로 새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

대동맥판막이 하루에도 수만 회 이상 열리고 닫히다 보니 노화하면서 결국 잘 열리지 않게 된다. 이를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80대 이상에서 10명 중 1명 이상이 발생한다. 환자 대부분은 몇 년간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병이 악화돼 심장을 압박하면 호흡곤란ㆍ가슴 통증ㆍ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발생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이내 50% 정도 사망하다. 호흡곤란이 갈수록 악화되므로 삶의 질도 심각하게 떨어진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ㆍ치료는 어떻게 하나.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 판막 사이에서 특징적인 심장 잡음이 생기기에 청진 소견 및 임상 증상으로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심장 잡음이 포착되면 심장 초음파검사로 확진해 중증도를 평가한다.

수술이 필요하다면 심도자술(cardiac catheterizationㆍ카테터를 대퇴동맥 등을 통해 심장 안에 넣은 뒤 조영제를 투여해 X선 촬영하는 혈관 조영 검사)을 시행해 질환 중증도를 더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에다 심부전까지 동반되면 강심제ㆍ이뇨제 등을, 가슴 통증이 있으면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중증이라면 약물로 치료할 수 없기에 판막 교체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여는 개흉술(대동맥판막 치환술)로 치료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은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좌심실 근처 대동맥을 절개해 문제 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환자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고위험군이라 사망 위험이 높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았다. 대동맥판막 치환술 대안으로 고안된 치료법이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ㆍ시술)’이다.

한양대병원은 심장내과 주도로 흉부외과ㆍ마취통증의학과ㆍ영상의학과 등으로 구성된 TAVI팀을 구성했다. 지난 7월 기저 질환이 여럿 있는 80대 고령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 시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TAVI 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TAVI 시술은 넓적다리에 있는 대퇴부 동맥을 통해 유도 철사를 넣어 대동맥판막을 통과한 다음, 철사를 따라 기존의 낡은 대동맥판막 안에 인공 판막을 끼워 넣는 시술이다. TAVI 시술을 시행할 때 사용하는 인공 판막 확장법에 따라 풍선 확장형과 자가 확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시술은 보통 1시간 이내 끝나고, 시술받은 환자는 1주일 이내에 대부분 퇴원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TAVI 시술은 기존 개흉술을 진행할 때 시행하는 인위적인 심정지 등이 필요 없고,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1시간 이내 시술이 끝나기에 위험 부담이 비교적 적고 회복이 빠르다. 기존 개흉술과 대등한 우수한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도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여러 차례 증명됐다.

이에 따라 미국ㆍ유럽 치료 지침에 고령 환자는 TAVI 시술을 개흉술보다 우선 권고하는 등 점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리 혈관 상태가 불량하거나 대동맥판막 내 심각한 석회화 등 해부학적 구조가 TAVI 시술에 적합하지 않거나 젊은 환자라면 수술이 우선시된다.”

-‘국내 최연소 TAVI 시술 프록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프록터(proctor)는 TAVI 시술을 시행하는 전 세계 의사에게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계획 및 시술 관련된 사항을 교육하고 TAVI 독립 시술 자격을 관리 감독하는 의사를 말한다. 프록터가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적인 TAVI 시술 경험과 연구, 교육, 관리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프록터 인정을 받은 의사는 10여 명에 그치고 있다. TAVI 시술은 시술 루트나 판막 자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인데, 바실리카(Basilica) 시술 같은 국내에서 난도 높은 시술 경험을 보유하는 등 혁신적 시술 측면에서 개척자 역할을 하겠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