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화물연대 '백기'에 "경제에 천문학적 피해... 제도 개선 계기"

입력
2022.12.09 18:02
안전운임제엔 "국회 제도 개선 논의 지켜볼 것"
국민의힘 "떼법 통하지 않아... 제도 전면 개선"
野 "정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 지켜야"

대통령실은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 철회와 관련해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였던 안전운임제를 포함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화물연대가 15일 만에 파업 철회 결정을 내린 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문제에 관해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키며 청년세대 일자리 확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안전운임제가 민주노총 소속인 화물연대 조합원 수가 많은 업종 중심으로 적용되는 반면 미조직 노동자들은 제외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 결정에도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화물연대는 현장 복귀 결정으로 정부·여당이 파업 전 제안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뒤늦게 수용한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미 제안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가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만큼 '파업 돌입 전 약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이달 말로 다가온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에는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도적 조치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회로 공 넘어간 안전운임제

보다 강경해진 대통령실의 대응에 여야 간 입장도 엇갈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결정 후 논평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떼법은 통하지 않는 게 증명됐다"며 그간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거듭 비판했다. 이어 "화물 운송시장의 발전을 위한 보다 근원적인 법안 마련에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며 안전운임제 전면 개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는 국민의 불편과 경제위기를 고려해 내린 대승적 결단이자 양보"라면서 "정부가 약속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을 이행해야 할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