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은 무슨, 확전 걱정할 판'...러시아도 우크라도 "계속 싸울 것"

입력
2022.12.09 20:00
푸틴, 우크라  기반시설 타깃 보복 천명
우크라, "서방은 러 붕괴 두려워해선 안 돼" 맞불
핵전쟁 걱정하는 미국은 '곤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서방을 중심으로 휴전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휴전 협상 압박을 의식한 듯 "서방은 러시아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러시아 영웅 시상식 행사에서 "이웃 국가의 (전력망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우리의 공격을 두고 많은 잡음이 있었다. 누가 이 모든 것을 시작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누가 크림대교를 공격하고 누가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의 전력공급선을 파괴했나"라고 목소리도 높였다.

전쟁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며 군사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장기전을 시사한 것이다. 전날 그는 러시아 인권이사회 연례 회의에서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할 때도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이 “긴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푸틴의 의지처럼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에 포격을 퍼부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하르키우와 루한스크의 정착촌 12곳, 도네츠크 전선의 마을 20곳을 방사포 등으로 공습했다. 해당 지역은 주로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보도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은 전쟁의 결과로 러시아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확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러시아는 무슨 일을 해도 좋고 우크라이나는 그럴 권리가 없다는 생각은 개념·도덕·군사적으로 잘못”이라며 서방의 휴전 협상 압력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최소한의 종전 협상 조건으로 빼앗긴 영토 회복을 들었다. 쿨레바 장관은 “우리는 최우선으로 (러시아군의) 점령 영토를 공격해 해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크림반도를 포함한 점령지를 러시아의 통제에 두는 평화협정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확전 의사 표현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데는 적극 지원하겠지만, 러시아 본토로 전쟁 지역이 넓어지는 것은 '핵전쟁'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3곳이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자, 미국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향해선 "국경을 넘어선 공격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