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명성황후 시해 장면 촬영, 목놓아 울었죠" [HI★인터뷰]

입력
2022.12.10 13:23
김고은, 영화 '영웅' 인터뷰
"영화 만족도는 높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워, 점수는 70점"
촬영 전 보컬 레슨 받으며 철저하게 준비

영화 '영웅'의 주인공은 안중근(정성화)이지만 그 마음을 고독하고 또 엄숙한 마음으로 잇는 인물이 있다. 그간 현대극에서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김고은은 이번 작품에서 사뭇 다른 표정과 얼굴로 이야기의 한 퍼즐을 맡았다.

지난 9일 김고은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영웅'과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고은이 출연한 '영웅'은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영웅'은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대한민국 최초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김고은은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를 시작으로 최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작은 아씨들'까지 매 작품마다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 역으로 김고은의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는 국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김고은은 설희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한 연기로 깊이 있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부터 일본어 대사까지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예고했다. 이날 인터뷰 시작과 함께 김고은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높지만 개인의 만족감은 항상 아쉽다. 후하게 준다면 70점"이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새로운 인물인 설희를 마주하기 전 김고은은 '테이블 작업'을 시작하면서 대본부터 샅샅히 뒤졌단다. 말이 없는 인물의 성격상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할지, 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을 유심히 살폈다. 특히 명성황후와 인간적 친밀감을 갖고 있는 궁녀였기 때문에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찍을 때 인생 최고로 목놓아서 울었어요. 그 정도로 소리치면서 울었던 기억이 없어요. 나중에는 목에서 피 맛이 날 정도였죠. 얼굴도 난리가 났어요.(웃음)"

특히 촬영 전 보컬 레슨을 받으며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노래와 캐릭터의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연기를 소화해냈다.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은 김고은을 두고 "디렉션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 순간 놀라운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인물의 대범한 성격을 보면서 김고은은 어린 나이에도 용기를 낼 수 있는 마음에 감탄했다. 설희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끝없는 고민을 거쳤고 영화의 몰입감을 완성했다. 김고은은 "연기적으로 설희가 느꼈을 극단적인 감정을 내가 잘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마음에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가창력을 두고 김고은은 뮤지컬 배우 동료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물을 많이 마시는 등 목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들었다면서 "자신감 있게 하라더라. 또 '대사하듯 연기하듯 불러'라고 했다. 정말 화가 나는 이야기다. 그건 나도 안다. 먼저 노래를 소화해야 감정을 싣는다. 동기들에게 잔소리를 주로 들었다. 혼자 너무 괴로워하니까 격려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정성화는 김고은을 뮤지컬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뮤지컬은 차원이 다르다. 계속 공연을 서야 한다. 다만 뮤지컬 영화는 혼자 지지고 볶고 치열하게 하다 보니까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김고은은 정성화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선배님은 타고난 게 너무 많은데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노력한다. 너무나 존경스럽다. 예민할 법도 한데 정말 계속 웃고 장난도 친다. 너무 좋은 사람이자 배우"라면서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올해 김고은은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부터 '영웅' 개봉, 팬미팅, '작은아씨들'까지 유독 쉴틈 없는 하루를 보냈다. '워커홀릭'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고은은 "원래는 그래도 한 작품을 끝내면 2~3개월 쉬기도 했다. 올해는 상황상 (그렇게 됐다). 워커홀릭이라기보단 꾸준히 잘해내고 싶다. 너무 오래 쉬면 근질근질하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신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부침을 느낄 땐 어떻게 해소할까. 이를 들은 김고은은 간결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힘들 때마다 예능을 열심히 봐요. 모든 예능을 보면서 깔깔 웃는 게 쉬는 거죠.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번개를 하면서 그날의 부침을 그날 털어내려고 해요."

유난히 힘든 날에는 노래방을 가서 하이톤의 노래를 내지른다고 덧붙이면서 청춘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고은은 스스로를 잠시 돌아본 후 성실함을 꼽았다. 그는 "저는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디렉팅에도 열심히 한다.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들어도 안된다고 하지 않는다. 다 일단 해 본다"면서 "또 인간 김고은은 유쾌하다. 뒤끝도 없다. 웃긴 편이다"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 김고은에게 대중이 '영웅'을 봐야 하는 이유를 묻자 "한국의 역사이자 독립투사들의 내밀한 부분을 잘 다뤄낸 영화다. 이번 영화는 제 연기 인생에서 하나의 도전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뮤지컬 영화를 선보이는 것에 함께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고은이 출연한 '영웅'은 오는 21일 개봉 예정이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