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의 전교조 인권침해 결정..."빨갱이 낙인에 삶 파탄, 정부는 사과하라"

입력
2022.12.09 15:33
진실화해위 "전교조 결성 교사 해직, 인권침해" 첫 인정
전교조 "정부, 이제라도 공식 사과·피해 회복해야"
해직교사 "도둑인 줄 알았던 괴한, 보안사 요원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막기 위해 국가권력이 교사 1,500여 명을 해직하고 사찰한 행위가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오자 전교조는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결성 33년 만에 진실화해위가 국가 차원 첫 공식 판단을 내린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국가 폭력을 사과하고 해직 교사 피해 회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해직 교사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가족까지 빨갱이로 낙인찍혀 파탄에 이른 일상을 겪었는데도 지금껏 피해 교사 지원 방안은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국가 폭력 실태를 파악해 배·보상 등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국회는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해직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해직 교사가 호봉·연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해직 교사들은 국가가 폭력의 가해자였음을 인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1989년 해직당한 김민곤(69) 전 전교조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한밤중에 괴한 2명이 집에 들어와서 뭔가를 휘젓고 다녔다는 얘길 아내에게 들었는데, 그들이 보안사 요원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며 "진실이 밝혀졌으면 화해를 해야한다. 화해를 위해선 국가가 가해자였음을 고백하고 피해자인 교사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진실화해위 발표를 듣지 못하고 전날 사망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교사 출신인 노 교육감은 1986년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가 해직됐다. 이후 전교조 울산지부 1·2대 지부장을 지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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