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과 수출 부진 등 호재와 악재가 맞물려 향후 얼마간 경상수지 예측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정부가 내다보며,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이날 발표된 경상수지 동향과 관련해 “이번 달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소폭이나마 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가 기대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 국내 물류 차질 등 수출 불안요인도 상당해 당분간 월별로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8억8,000만 달러(약 1조1,6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소득수지 개선이 상품수지 악화를 완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흑자 규모는 1년 전(80억1,000만 달러)보다 71억3,000만 달러 급감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방 차관은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에너지 절약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소득수지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외투자 수익의 원활한 국내 환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12월 들어 기온이 낮아지고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이 중요해졌다”며 실내 온도 18~20도 유지와 대중교통 이용 등을 함께해 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재부가 작성 중인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가 논의됐다. 방 차관은 “관계부처 조율을 거쳐 12월 중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며 “당면한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뤄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 과제를 담을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동향을 살피고 계란 수급 대응 방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방 차관은 “올 AI는 지난해보다 3주 일찍 시작된 데다 확산 속도가 다소 빠른 편이지만 맞춤형 방역과 산란계 사육마릿수 증가 등으로 아직 계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AI가 12월과 1월에 집중 발생하는 만큼 확산세와 파급 효과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란 사재기를 철저히 단속하고 병아리 및 종란(부화 목적으로 쓰이는 알) 수입을 통해 피해 농가가 생산 기반을 신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계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끔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