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발생하면 40%가 이 증상 겪는데…

입력
2022.12.08 23:51

뇌졸중 치료를 받고 회복된 환자의 25~40%에게서 말을 하지 못하는 실어증 증상이 나타난다.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뇌 중추 문제 때문이다. 발음장애처럼 구강 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와 다르다.

손상된 영역에 따라 ‘베르니케 실어증’과 ‘브로카 실어증’으로 나눈다. 베르니케 영역은 좌측 측두엽에 있으며, 이 부위가 망가지면 말은 하지만 의미가 없는 단어를 나열한다.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브로카 영역은 좌측 전두엽에 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남의 말을 이해하지만 말하거나 쓰는 게 어렵고,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돼 말수가 적어진다.

실어증은 뇌졸중으로 인해 생길 때가 가장 많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뇌에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는다”며 “실어증은 뇌졸중 치료를 받고 회복된 환자의 25~4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한 후유증”이라고 했다.

이 밖에 뇌종양, 치매, 낙상, 교통사고 같은 외상으로도 실어증이 생길 수 있다. 뇌종양이 생겼을 때 종양을 제거하면 주변부 언어 중추가 눌려 손상되거나 해당 부분이 제거돼 실어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어증은 치매와 우울증, 무감동인 경우 혼동될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치매 초기에는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등 언어 기능이 저하된다. 외상성 뇌손상도 전두엽에 충격이 가해지면 사용하는 상대방의 질문에 반응이 없거나 매우 적어 실어증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한국판 실어증 평가 도구(한국판 웨스턴 실어증 검사), 보스턴 이름 대기 검사(K-BNT) 등의 언어 평가와 치매를 감별하기 위한 인지 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진행한다.

언어 재활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뇌 자극 치료와 약물, 언어 치료를 복합적으로 잘하면 언어 회복이 빠르다.

따라서 뇌졸중 후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 회수와 치료 시간에 비례해 효과가 달라지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물론 초기 3개월에 가장 많이 회복되지만 6개월 이후에도 어느 정도는 회복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도 증진할 필요가 있다.

기억력은 언어로 된 것과 비언어로 된 것이 있다. ‘얼마나 단어 수를 기억하느냐,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는가’ 등과 같이 언어와 관련된 언어 기억 작업 치료를 포함한 인지 재활 치료를 포괄적으로 같이하는 것이 좋다.

언어 재활 치료는 크게 언어 치료ㆍ뇌 자극 치료ㆍ약물 치료로 나눈다.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 주변부나 반대쪽 뇌를 자극해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도로가 파손되면 다른 도로를 개척해야 되는 것과 원리가 같다.

먼저 재활의학과 의사가 처방하면 언어재활사(언어치료사)가 환자 맞춤형 언어 재활 훈련을 한다. 뇌 자극 치료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시술이다. 경두개 자기 자극(rTMS)은 전자기 코일로 발생시킨 자기장을 이용해 뇌 특정 부위를 자극해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수술적 뇌자극법이다. 자기장의 자극 빈도를 조절해 대뇌피질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경두개 직류 전기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ㆍtDCS)은 두피 위에 위치한 전극을 통해 뇌 표면에 직류 자극을 보내 신경세포의 자발적인 활성을 일으켜 뇌 기능을 정상화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약물도 언어 기능 회복을 도와준다. 이렇게 뇌 자극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하면서 부작용 여부와 효과를 살핀다.

유승돈 교수는 “실어증은 언어 재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실에서는 인식이 부족해 재활에 소홀한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초기부터 적극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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