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매라고 들어봤어?"
"경매 말고 공매? 공동구매 말하는 거야?"
"아니, 공공기관이 재산을 입찰로 파는 거 말야. 시세보다 훨씬 싸게 아파트를 살 수 있대. "
직장인 강모씨는 요즘 '공매의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산다는 친구 말에 혹해 공매 인터넷 홈페이지 '온비드'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압구정에 있는 감정가 64억 원짜리 아파트가 2회 유찰 끝에 55억800만 원에 낙찰된 것을 보고 강씨는 또다시 공부 의지를 다졌습니다.
'공매'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레드오션인 경매에 비해 공매는 아직 인지도가 낮아 경쟁률이 더 낮은 덕분이죠. 저번엔 부동산 경매에 대해 알아봤다면(관련기사:"1억 싸게 아파트 샀다!"... 부동산 입찰법정 직접 갔더니), 이번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버전인 공매 차례입니다. 공매의 정체가 무엇인지, 경매랑 뭐가 다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유의점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시죠.
공매란 넓은 의미로는 공공기관이 강제로 물건을 매각해 돈으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좁게는 세금을 안 낸 체납자들로부터 정부가 압류한 재산이나,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재산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처분하는 절차를 뜻해요. 국가는 공매를 통해 지난해 기준 3,592억 원, 최근 5년간 2조155억 원의 체납세액을 징수했답니다.
공매로 나오는 물건은 다양해요. 아파트, 상가, 토지 등 부동산은 물론이고 자동차, 기계, 유가증권, 주차장 운영권, 회원권 등 각양각색이랍니다. 공매 물건은 ①세금을 안 낸 사람의 재산을 압류한 압류재산 ②국가기관이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해 내놓은 국유재산 ③부동산 신탁회사나 금융기관이 팔아달라고 요청한 수탁재산 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공매를 처음 접했다면 경매랑 헷갈릴 수 있어요. 그래서 경매와 차이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경매는 개인이나 은행 간 채무 관계를 국가가 정리하는 거예요. 민사집행법에 근거해 법원이 절차를 진행하죠.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매법정에 가서 서류를 제출해야 해요. 결과는 당일 현장에서 곧바로 나옵니다.
공매는 국세징수법에 따라 국가가 세금을 걷기 위해 압류한 물건으로 입찰을 하는 거예요. 국가가 직접 처분하는 것이죠. 공매는 월~수요일 온비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돼요. 입찰 결과는 통상 입찰 마감일 다음날 발표된답니다.
자, 이젠 공매 절차를 알아볼까요. 차근차근 따라오세요. ①먼저 온비드에 회원가입 후 공동인증서를 등록합니다. 온비드에 올라온 매물들 중 '용도 선택'이나 '소재지' 검색 등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찾아요.
②입찰에 참여하고 싶은 물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해요. 온비드의 물건 세부 정보, 시세 및 낙찰 통계, 입찰 정보, 공고문과 감정평가서, 등기부등본과 입찰 일주일 전부터 올라오는 공매재산명세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거죠. 면적은 얼마고 감정가는 얼마인지, 입지는 어떤지, 입찰은 몇 번이나 이뤄졌는지, 권리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서류만 들여다보는 건 위험해요. 현장에 직접 가서 매물 상태뿐 아니라 주변 시세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입지가 괜찮은 곳인지도 보면 더욱 좋겠죠.
③입찰 정보를 확인한 뒤 유의 사항과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준수 규칙에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에 입찰할지를 적은 입찰서를 제출하고, 공매(매각)예정가격의 10%인 공매보증금을 가상계좌에 입금하면 됩니다. 한 번 입찰서를 내면 변경, 취소는 불가하니 유의하세요. 입찰은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수요일 오후 5시까지 이뤄져요. 개찰 결과는 입찰 마감일 다음날 목요일 오전 11시쯤에 나오죠. 만약 유찰이 된다면 입찰서에 적은 계좌로 보증금을 환불해 줘요.
④낙찰됐다고 끝이 아닙니다. 입찰이 잘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았어요. 입찰 과정을 다시 살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뒤 입찰 다음 주 월요일쯤 허가가 납니다. ⑤매각 결정 확정을 받아야 해요. 확정 전까지 체납자가 세금을 냈다면 공매는 취소돼요. 그러나 매각 결정이 확정되면 낙찰자 동의를 받아야 취소할 수 있어요.
⑥이미 계약금으로 냈던 입찰보증금을 제외한 남은 돈을 내야 되겠죠. 만약 낙찰가가 3,000만 원 미만이라면 매각결정기일로부터 7일, 3,000만 원 이상은 30일 이내에 납부해야 합니다. 만약 기간까지 못냈어도 10일 이내에 내면 돼요. 경매와 달리 지연이자도 없어요. 다만 기한이 넘어가면 취소되고 다시 재공매 절차에 들어갑니다.
⑦마지막은 이전 등기 및 배분 절차입니다. 대금 납부 후 60일 이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해요. 그리고 배분 절차를 밟습니다.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절차이기 때문에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다른 채권자는 있는지 보는 거죠. 자, 배분까지 마치면 공매 절차는 완료입니다.
일단 공매는 경매보다 입찰에 참여하기 쉬워요. 월요일에서 수요일 사이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클릭만 하면 되니 은행에서 입찰보증금을 준비해 입찰 당일 법정에 직접 가야 하는 경매보다 시간도 절약된답니다.
또 유찰 시 경매보다 절차도 빠르게 진행돼요. 경매는 약 한 달 간격으로 다시 열리지만 공매는 유찰된 다음 주에 곧바로 열려요. 유찰 때마다 10%씩 가격이 떨어진답니다.
그렇다고 계속 떨어져서 0원이 되는 건 아니에요. 50%까지 떨어지면 매각 예정가격을 다시 정해 재공매 절차에 들어갑니다. 가끔 경매와 공매가 동시에 진행되는 물건도 있는데요. 더 빨리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낙찰자가 정해지는 만큼 공매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매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공매는 경매보다 공개된 정보가 적어 더욱 눈 부릅뜨고 확인할 사항이 많거든요. 공매 시 유의 사항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가장 중요한 건 등기부등본과 공매재산명세서를 통한 권리분석이에요. 경매에서 적용되는 '권리분석'과 똑같습니다. 내가 이 물건을 낙찰받았을 때 그 대금이 어디부터 누구에게 갈지(배분) 봐야 체납자의 빚을 떠안을 위험이 없습니다. 캠코는 공매재산명세서에 부동산의 소유 권리관계나 임차인·채권 신고 현황 등을 적어 공고하고 있어요.
특히 우선순위를 봐야 해요. 국가가 압류했다고 매수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진 않거든요. 만약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물건에 살고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해요. 배분 순위를 따질 때 1순위가 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보장하는 최우선변제금, 2순위가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국세, 지방세 등인 당해세, 3순위가 세금을 징수하는 조세채권 법정기일이에요. 만약 임차인의 확정일자 우선변제권이 체납자가 세금을 낼 의무가 생기는 조세 신고일이나 고지서 발송일(법정기일)보다 늦다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내줘야 할 수도 있어요.
낙찰된 뒤 '인도 명령'으로 지금 물건에 살고 있는 사람(점유자)을 나가게 할 수 있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명도 소송을 해야만 해요. 만약 점유자와 합의가 안 되면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받아야만 내보낼 수 있습니다. 소송 과정은 통상 4~6개월이 걸려요. 결과가 나와도 한쪽에서 이의제기를 하면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답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월별 부동산 공매 진행 건수를 보면, 올해 1월 1,703건에서 10월엔 5,590건까지 올랐어요. 다만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입찰이 늘거나 줄지는 않는다고 해요. 다만 캠코 관계자는 "압류재산은 국세청의 공매 의뢰를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가 몰리는 연말, 연초에 진행 건수가 줄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