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톨레랑스(tolérance)’는 ‘관용의 정신’이라는 뜻이다. 주로 종교나 사상에서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을 이른다. 요즘 잇단 노조 파업으로 노·정은 물론,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충남의 한 고교 교장선생님의 ‘톨레랑스 편지’가 SNS에서 화제다. 뉴스는 온통 화물연대 파업 얘기지만, 학교현장에선 지난달 25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파업도 적잖은 이해와 감정의 마찰을 빚었을 것이다.
▦ 학비연대엔 학교에서 급식과 돌봄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모두 포함된다. 영양사 조리사 돌봄전담사 등이다. 2017년부터 해마다 이어진 학비연대 파업의 상시 요구사항은 정규직 전환, 임금 및 복지 개선 등이다. 하지만 해당 근로자들의 업무가 주로 학생 서비스라는 점에서 파업에 대한 학교 내외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파업이 단행되자 당장 “또 자기들 배 채우려 학생들 굶긴다”는 식의 상투적 뉴스 제목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 자녀가 급식을 못 먹게 된 상황에 대부분 학부모들은 일단 분개한다. 학생 불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정규 교사들은 해당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으로 이미 근로안정성을 상당히 보장받았음에도 정규직 전환 등 공무원 대우까지 ‘끝없이’ 요구하는 것 자체가 떨떠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에 교장선생님은 교사들에게 이메일로 톨레랑스 편지를 쓴 동기를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때 일시적 감정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진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도록 가르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 사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톨레랑스를 얘기하는 게 어색할 만큼 강퍅해진 상태다. 노동운동만 해도 보편적 양해 수준을 넘어 노골적 정치행동으로 흐르거나 탈·불법, 기득권 노조 중심의 이기적 투쟁으로 공중의 빈축을 산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는 초강경 언사까지 동원한 것도 국가지도자로서 지나쳐 보이긴 마찬가지다. 교장선생님의 편지는 톨레랑스의 한계를 시험하는 노조와, 그럼에도 노동현실을 살펴야 하는 정부의 탈선에 대한 이중적 경고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