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정을 어떡하면 좋을까. 발달장애인 가족을 인터뷰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했지만, 이새미(가명·56)씨 가정의 상황은 막막함이 더했다.
서울에 사는 새미씨는 남편과 헤어지고 딸 둘과 아들, 아이 셋을 혼자 키웠다. 큰딸과 막내 아들은 지적장애가 있다. 그리고 새미씨마저 최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새미씨가 가장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새미씨는 올해 20세 된 아들 윤민현(가명)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은 성인이지만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다.
"아들이 일반 학교를 다니다 학교 폭력 때문에 3년간 쉬었다"고 귀띔했다. 과거 이씨 가족은 반지하 주택에서 함께 살았지만 '여자들이 모여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자꾸 찾아오는 낯선 남성 때문에 집을 옮기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아들의 장애 재판정 결과에서 '등급 외'가 나와 장애등록이 취소, 치료지원이 중단됐다. 치료가 중단되자 큰 사건이 벌어졌다. 양극성 장애(조울증)도 가진 윤씨가 칼을 들어 어머니인 이씨를 위협한 것. 자칫하면 누나들도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경찰서에 신고했고, 아들은 1년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퇴원 후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도 병행해나가며 다시 장애인 등록도 이루어졌다. 지금은 집 인근 특수학교 고등학생 1학년이 됐다. 윤씨는 "학교가 적성에 맞다"면서 차차 적응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시름 놓을 새도 없이 아들이 올해 7월 스무 살 생일을 맞으며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성인이 된 아들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어져 또다시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는 "아들뿐 아니라 큰딸도 성인이 된 이후로 상담이나 치료가 끊겼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인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청소년 가정에 월 14만~22만 원가량의 발달재활바우처를 지원하나 성인이 되면 중단된다. 학령기 이후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제도권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씨뿐 아니라 대부분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가장 큰 숙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 수급비로 살림을 꾸리는 이씨는 바우처 없이는 단 돈 몇 만 원도 큰 부담이다. 이씨는 "아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미술재활 수업을 받았었는데 스무 살, 딱 본인 생일이 되면서 아예 바우처가 끊겨버려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바우처가 있다면 자가 부담금이 한 달에 3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을 겪은 이후 아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거나 주간활동센터 등에 다니는 일도 힘들어해 오직 새미씨가 홀로 돌본다. 새미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얘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기억이 있어서 또래 아이들을 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리는 일을 되게 싫어하더라고요."
아들의 재활수업이 중단되면서 혹 상태가 다시 불안정해지지는 않을까 엄마는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새미씨는 "정신건강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로 진행하는 상담이 아들이 받는 지원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새미씨는 최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자꾸만 깜박깜박한다"라고 했다. 자주 오가는 길인데도 종종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생겼다.
그런 새미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지원책'을 물었다. 생계비나 본인의 치료 등에 관련된 말이 나오리라 막연히 생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성인이 되어서도 '성인 대상 바우처'를 지원해서, 자기부담금 얼마를 내고 재활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