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국어는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수학은 작년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 수학에 강점을 보이는 이과 수험생들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체들은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문과 계열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가 134점, 수학이 145점이었다. 지난해 수능에선 국어가 149점, 수학이 147점으로 오히려 국어가 더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반영한 것으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즉 올해 수능에서 국어는 지난해보다 쉬워졌고, 수학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만점자 수를 보면 국어는 지난해 28명에서 올해 371명으로 늘었고, 수학은 2,702명에서 934명으로 줄었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가능하면 적게 나타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올해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문영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국어의 경우 지난해 '불수능'이었다는 의견이 많아 난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고난도 문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어의 변별력이 낮아지고, 수학 변별력은 높아지면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어 만점자가 수학 만점자에 비해 11점 뒤처지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며 "아무리 국어 만점을 받아도 수학 성적이 평범하다면, 수학 점수 상위권 수험생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학 점수를 잘 받은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로 지원하면 문과생은 속수무책으로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수능의 특징은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에 응시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어는 지난해 '화법과 작문'에 비해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타나면서 응시 비율이 지난 수능 대비 5.1%포인트 증가했다. 수학에서도 지난해 '확률과 통계'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자 인문계열 수험생 중에서도 '미적분'을 선택한 경우가 늘어났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48.2%로 지난해 수능(51.7%)에 비해 3.5%포인트 낮아진 반면, 미적분은 39.7%에서 45.4%로 크게 증가했다.
선택과목의 유불리와 더불어 전반적으로 이과생 비율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탐구영역에서는 현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처음으로 과학탐구 응시자가 사회탐구 응시자를 추월했다. 올해 수능 과탐 응시자는 21만834명으로 50.04%를 기록했다.
한편 올해 수능 전 영역 만점자는 총 3명이 나왔다. 3명 모두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했으며, 재학생이 2명, 재수생이 1명이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의 경우 교차지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중하위권은 각 영역별 반영 비중과 가산점을 꼼꼼히 확인해 정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연계열 수험생 중 과학탐구 성적이 다소 낮은 경우 수학 가중치를 크게 반영하는 상위권 대학의 경영·경제학과로 교차지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반면, 상위권 인문계 수험생들은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지원 동향을 끝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