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일궈낸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폄하성 발언과 후임 감독의 2+2년 계약 가능성 언급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리꾼들과 축구 팬들은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 "당장 부회장에서 내려오라"며 격앙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한국이 16강전에서 패배한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 직후 벤투 감독이 "지난 9월 이미 축구협회에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직접 밝힌 데 대해 김 부회장은 벤투 감독의 성적이 좋았어도, 반대로 나빴어도 재계약은 어려웠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음 월드컵부터는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만큼 본선출전을 전제하고, 후임 감독을 4년 계약이 아닌 2년 지도 후 성과를 보고 2년 더 맡는 2+2년 계약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외국인 감독 중에서 이 조건으로 계약할 사람 있겠음?" "전 세계 어느 잘 나가는 감독이 2+2년을 수용합니까?" "2+2? 다시 과거로 복귀하네. 제정신인가?" "2+2년은 꼭두각시 하나 앉혀놓고 말 잘 들으면 2년 연장시켜주겠다는 거 아님?" 등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특히 김 부회장은 지난 과정을 돌이키며 "4년을 준비하면서 벤투호에 염려스러운 부분이 사실 많이 있었다"고 벤투 감독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빌드업 축구가 통할지, 이강인 선수가 뛸 수 있을지 등의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월드컵에서 경기력이 좋았다"며 "4년 동안 벤투 감독이 보여줬던 선수 구성, 선수 교체 타이밍, 전술변화를 봤을 때 이번 월드컵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강인의 투입부터 정말 놀랐고, 선수 교체 타이밍도 한 번에 3명을 교체하고 전술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했다"며 "4년 전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안 했다고 보는데 이번 월드컵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그대로 보여줘서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화했는지 궁금하다"고 의아해했다.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한 벤투 감독에 대해 이런 의구심을 내비친 김 부회장의 인터뷰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축구 팬들과 누리꾼들의 빈축을 샀다.
급기야 김 부회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에는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그동안 비판하던 사람들도 월드컵 경기 본 후 벤투 감독에 감사해하는데 축협 부회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 언급만 할 뿐 감독 언급은 일절 없네", "축구협회나 김병지나 한국 축구 발전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축협에서 벤투를 깎아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등 대부분 성토하는 댓글이 2,000개 넘게 달렸다.
일부 팬들은 "인터뷰 보고 기겁했다", "한국 축구의 악의 축", "한국 축구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라" 등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