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은 왜 덴마크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었을까 [탄소도시, 서울]

입력
2022.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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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도시, 서울]①서울만 뒤처졌다
재생에너지 있는 곳에 기업 몰려
지역 일자리 창출하고 경제 기여
구글 등 지역 청년 교육시키기도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과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점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이 빅테크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덴마크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었거나 짓고 있다는 점.

빅테크 4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드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필수다. 이 기업들이 덴마크를 찾아온 이유다.

지난 7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샬롯 멜키오르센 덴마크투자청 클린테크팀장은 “우리는 이미 전력의 7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며 “탈탄소 경영을 원하는 기업의 문의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덴마크 투자청에 따르면 현재 애플·구글·메타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4곳을 운영 중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2024년까지 3곳을 완공할 예정이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란 연면적 2만2,500㎡가 넘고 최소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경우를 말한다.

덴마크 경제엔 큰 수확이다. 애플의 경우 2020년 완공한 데이터센터에 우리 돈 약 2조3,600억 원을 투자했다. 메타는 지난해 말 20만㎡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130억 크로네, 약 2조4,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메타는 새 데이터센터 건설에 1,300여 명, 완공 후 운영에 3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역사회 청년들을 데이터센터 기술자로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온오프라인으로 20만 명 이상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멜키오르센 팀장은 “데이터센터 유치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욱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원하는 기업들이 직접 발전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덴마크 전역 5개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했다. 총 160MW 규모로 7만3,000여 가구의 월간 전기사용량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애플 역시 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데 이어, 높이 200m의 세계 최대 규모 육상풍력발전기 2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풍력발전만으로 약 2만 가구가 사용 가능한 양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나아가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가동 시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공급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가 폐열 활용 기업의 세금을 감면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유럽 각국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아시아 등 다른 지역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빠른 만큼 이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전라남도가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10개소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전국 1위인 데다 현재 전국 재생에너지의 20%를 생산하고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유치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 전체에 전력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충분히 담보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올해 초 메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 했지만, 막대한 에너지수요 감당이 어렵고 재생에너지 생산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역민 반대에 부딪혀 건립이 중단됐다.

멜키오르센 팀장은 “덴마크는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며 “믿을 만한 정책이 병행됐기 때문에 친환경 데이터센터 유치가 순조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빌런, 서울

①서울만 뒤처졌다

②태양광 좌초시키기

③건물을 잡아라

④온돌과 히트펌프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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