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탄소감축 겨우 3%, 조만간 뉴욕보다 많이 배출한다 [탄소도시, 서울]

입력
2022.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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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도시, 서울]①서울만 뒤처졌다
세계 대도시들 탄소감축 30~60%이뤄
관공서·대학·공항 등 탄소중립 앞장서
서울은 고작 3~8%, '감축 목표'는 말뿐
뉴욕의 지역총생산, 서울의 3배인데도
이대로는 조만간 뉴욕보다 배출 많아져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과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점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31% 대 3.4%. 런던 대 서울의 탄소감축량(1990년 대비, 2019년)이다.

41.1% 대 8.2%. 이건 베를린 대 서울의 탄소감축량(최고점 대비, 2019년)이다.

기후대응에 민첩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한국과 비슷할까. 그렇지 않다. 뉴욕은 2019년에 최고점 대비 29.1%를 줄였다. 베이징조차 16% 감축률을 보였다.

국제 기후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따르면, 2016년 CDP에 배출량을 보고한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소속 도시 55곳(베이징·상하이 등은 포함 안 됨) 중 서울은 탄소배출이 도쿄와 뉴욕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최근 CDP의 정확한 비교 자료는 없지만, 도쿄와 뉴욕의 감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서울은 몇 년 후 뉴욕보다 배출이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말뿐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당연하다는 듯 지키지 않는 한국과 달리, 세계 각국 그리고 주요 도시들은 계획하고 실천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국가의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관문이다.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되어 절대적인 탄소배출량이 많을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의 중심지로서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도시의 불빛을 밝히기 위해 다른 외딴 지역 주민들의 거주지에 매연을 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현상은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C40을 형성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이유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덴마크 코펜하겐,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을 방문해 탄소감축 성적표를 살펴봤다. 그리고 서울과 비교해 봤다. 서울의 분야별 문제점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각국 도시들은 이미 앞서갔다

지난 7월 덴마크로 향하는 비행기 안.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코펜하겐에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도시와 인접한 외레순 해협에서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도심으로 향한 뒤에도 풍력발전기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코펜하겐시 외곽 산업단지가 밀집한 동네인 프뢰베스테넨에는 육상풍력발전기 3기가 가동 중이다. 도심에서 약 3㎞, 근처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불과 1㎞ 떨어진 곳이다. 워낙 가깝다 보니 번화가는 물론 유명 관광지에서도 발전기가 보인다. 취재진이 인근 해변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풍력발전으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덴마크는 이미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중 코펜하겐에서 생산한 풍력에너지의 비중은 10%가 넘는다.


같은 달 도착한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 엘리베이터에 “제2터미널 난방을 위해 재생 가능한 지역 목재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목재칩은 열과 전기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도록 가공한 나무(바이오매스)의 일종이다. 이를 화력발전소에서 대규모 전기를 만들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지역의 부산물로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권장된다.

히스로 공항은 2017년부터 공항 전기 100%를 바이오매스와 태양광으로 조달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올해에야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RE100 가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기초지자체 ‘시티오브런던’ 건물들은 재생에너지 시대의 명물이었다. 2020년 프랑스의 태양광 발전업체 ‘볼탈리아(Voltalia)’와 전력 공급 계약(전력구매계약·PPA)을 맺었다. 15년간 약 4,000만 파운드(약 640억 원)를 지불하고, 49.9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독점 공급받는다. 청사와 바비칸 아트 센터, 스미스필드 마켓 등 지자체가 소유한 건물의 전력 절반에 해당한다.

지성의 산실, 대학도 앞장선다. 런던시 중심부에 건물 31채를 운영하는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은 202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7년간 약 70억 원을 들여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매년 재생에너지 사용인증서(REGO)를 구매해 탄소배출량을 4,000톤까지 줄였다. 이 4,000톤도 배출권 구매로 상쇄한다.

LSE 관계자는 “2010년 영국 정부가 대학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한 후 시민사회에서 감축 압박이 거세졌다”며 “눈속임으로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연도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행,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은

서울의 전력 자립도는 11.2%에 불과하지만(지난해 약 4,729만MWh 사용, 534만MWh 생산),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큰 관심이 없다. 태양광은 농지와 같은 땅보다는 건물 옥상에 짓는 것을 가장 권고하지만, 태양광 설치 여력이 충분한 서울의 유휴공간들도 빈 공간들이 덩그렇다.


서울시나 구 중 '시티오브런던'처럼 청사에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서울시청이나 강동·도봉·노원구청 등에서 건물 옥상·주차장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일부 운영하지만, 서울시청의 전체 전력 사용량 중 태양광 발전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생색내기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탄소중립을 대하는 태도이다. 국내 대부분 기관은 이제야 ‘선언’과 ‘계획’을 내놓는 반면, 해외 기관에서는 실행하고 달성하는 모습이다.

15년 전인 2007년. 서울은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1990년 배출량이 4,758만 톤이었으니, 3,568만 톤까지 줄여야 했다. 그러나 2019년엔 목표치보다 1,028만 톤 많은 4,596만 톤을 배출했다. 1990년에 비해 고작 162만 톤(약 3.4%) 줄였다. 서울의 최고 배출 연도 2007년(5,008만 톤)과 비교하면 2019년까지 8.2%밖에 줄이지 못했다.

반면 런던의 2019년 탄소배출량은 3,122만 톤이다. 같은 해 서울보다 1,474만 톤가량 적다. 인구는 런던 900만 명, 서울 940만 명으로 비슷한데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강도 높게 감축 노력을 쏟은 덕이다.

2009년 런던시는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0년 배출량이 4,525만 톤이었으니 약 3,620만 톤까지 줄여야 했다. 그러나 2019년에 이미 3,122만 톤까지 줄여 벌써 31.0%가 줄었다. 목표를 11.0%포인트 상회한 것이다. 런던시의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00년(5,110만 톤)인데, 그 후로는 38.9%를 줄였다.

해외 주요 도시는 대부분 두 자릿수 감축률을 보인다. 뉴욕시는 2019년에 최고점(2005년·7,745만 톤) 대비 29.1%를 줄였다. 베를린은 최고점(1999년·2,921만톤) 대비 41.1%를 줄였다. 마드리드는 39.6%(2005년·1,662만 톤), 암스테르담은 19.4%(2010년·551만 톤), 도쿄도는 2003년(7,008만 톤)에서 11.5% 줄였다.

탄소중립 ‘우등생’ 코펜하겐은 60.0%(2009년·259만 톤)을 줄였으며, 2025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베이징마저도 최고점인 1억500만 톤(2010년)에서 2019년 8,815만톤으로 16.0% 줄였다.

이런 차이는 탄소중립이 위선적인 선언이나, 일부 소규모 도시에서나 가능한 허황된 계획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 관계자는 "영국은 1990년대부터 탈석탄 정책을 추진해 2024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부 퇴출할 예정"이라며 "기후변화와 그 대응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별 감축률은 각 도시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지침에 따라 작성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토대로 비교했다.



서울, 5년 뒤 뉴욕보다 더 탄소 배출?

이런 감축률이 유지된다면 몇 년 후엔 서울시가 뉴욕시보다도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뉴욕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1,334조 원(2020년 기준)으로, 서울(약 444조 원)의 3배인데도 말이다. 뉴욕시 인구는 약 880만 명(2020년)으로 서울보다 약 60만 명 적다.

뉴욕시는 강도 높은 감축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2019년 뉴욕주는 기후법을 통과시켰다. 2018년 기준 26.8%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70%로 늘리고, 2040년엔 전력 100%를 탈탄소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서는 뉴욕시가 중요하다. 뉴욕시는 뉴욕주 면적의 0.6%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전력은 60%를 소비하고, 그중 약 85%가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뉴욕주가 택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뉴욕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뉴욕시로 보내는 ‘클린 패스 뉴욕(Clean Path NY)’이 하나다. 뉴욕주 북부는 전기 약 88%를 재생에너지로 만들 정도로 꾸준히 재생에너지를 늘려 왔다.

두 번째는 캐나다의 수력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사 오는 것이다. 캐나다 남동부 퀘백에는 캐나다 국영 수력발전사 ‘하이드로-퀘벡(Hydro-Québec)’이 운영하는 수력발전소가 다수 있다. 이 중 1,250MW 규모 발전소로부터 25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두 계획만 고려하더라도 뉴욕시의 한 해 배출량은 4,278만 톤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20년 배출량 4,844만 톤보다 566만 톤 적다. 이는 2019년 서울 배출량 4,596만 톤보다 318만 톤 적다. 서울시의 최근 5년간 감축률이 0.7%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두 도시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뉴욕시는 2027년부터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중립 위해 어려운 결정 내릴 수 있어야”

수치로 보이는 감축률만큼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에 대한 당국의 의지 차이다. 뉴욕주의 에너지 전환은 상당한 사회적 진통을 감수하며 진행되고 있다.

전력을 캐나다에서 뉴욕시까지 끌어오려면 길이 545.57㎞짜리 고압직류송전선(HVDC)을 설치해야 한다. 전기가 이동할 송전선이 필요해서다. 서울·부산 거리의 1.6배에 달하는 규모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수중 생태계 파괴 우려 등 거센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송전선의 40%는 강 밑에 묻는데, 철갑상어 등 멸종위기종의 생태계 교란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양의 전력을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데 따르는 에너지 안보, 일자리 논란도 크다.


그럼에도 뉴욕주는 지난 4월 송전선 건설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렸다. 탄소중립 대응 시간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대니얼 자릴리 뉴욕시 전 수석 기후 고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프로젝트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기후 목표는 불에 타고 말 것이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송전선 건설을 맡은 시공사 트랜스미션디벨로퍼스(Transmission Developers Inc·TDI)는 "수중 HVDC는 80년 전부터 사용된, 검증된 기술"이라며 "뉴욕주의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등 생태계 영향이 없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공사는 지난달 첫 삽을 떴다.

국가 탄소중립을 위해 대도시의 탄소중립은 필수다. 국토 면적의 약 0.6%를 차지하는 서울은 국내 탄소의 약 6.5%를 배출한다. 가정·상업 부문 에너지의 19.8%를 사용하는데도, 서울시의 전력 자립률은 11.2%에 불과하다. 에너지 소비량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넓히면 51.4%를 차지하고, 산업·수송·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부 합쳐도 24.5%를 수도권이 빨아들인다.

송재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수도권의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내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50%를 넘기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다"고 했다.

◆탄소빌런, 서울

①서울만 뒤처졌다

②태양광 좌초시키기

③건물을 잡아라

④온돌과 히트펌프

런던·뉴욕= 김현종 기자
코펜하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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