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둔화 가능성 높다"… 어두워지는 경기 진단

입력
2022.1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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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복합 경제위기, 내년에도 지속"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진단이 더욱 어두워졌다. 성장세 약화에다,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수출 부진과 고금리에 따른 가계 소비·기업 활동 위축이 한국 경제를 ‘저성장 늪’으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7일 내놓은 ‘12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하고,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최근 경기 상황을 분석했다. 앞서 ‘9월 경제동향’에서 KDI는 ‘경기 회복세 약화’ 표현을 쓴 뒤 10월에도 비슷한 진단을 이어갔다. 그러다 11월 들어 회복세 약화를 ‘성장세 약화’로 바꾼 데 이어, 이달엔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추가하며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둔화 가능성이 지난달보다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원인으로 그간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 부진이 꼽힌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0% 줄어 10월(-5.7%)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긴축 정책으로 유럽 주요국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수출 경기 회복 가능성도 적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로 기업·가계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점도 향후 성장세 반등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 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75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12월(75) 이후 최저치다. 해당 지수가 100 아래라는 건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기업보다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소비도 빠르게 위축돼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율은 8월 20.6%에서 9월 11.9%, 10월 7.3%, 11월 4.4% 등으로 둔화하고 있다.

문제는 저성장을 이끄는 원인이 정부의 정책 대응 역량이 크게 미치지 않는 대외 변수나 구조적 요인에 있다는 점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 전문가 간담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의 이면엔 그간 재정 중심의 경제 운용에 따른 민간 활력 저하와 국가·가계부채 증가 같은 근본적 문제가 담겨 있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내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외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경우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0%대' 성장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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