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 경기 침체, 이른바 'R(Recession)'의 압박이 부각되면서 1년 전 수준인 배럴당 70달러선까지 밀렸다. 60달러선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5% 떨어진 74.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 급락한 79.35달러에 장을 마쳐, 올 1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국제 유가 급락은 최근 불붙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여전한 물가 압력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이에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통화긴축 유지 가능성과 성장 둔화 우려가 원유 수요를 압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국의 서비스업 업황이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금리 상승과 에너지 비용 부담에 유럽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한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근 월가 거물들이 잇달아 내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경고를 쏟아낸 것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일찌감치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제기해 온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방송에 "인플레이션이 모든 걸 잠식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를 탈선시켜 내년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같은 날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며 "앞으로 순탄치 않은 시기에 들어설 것이라 가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지에선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리 테스파예 RJO선물시장 연구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WTI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며 "배럴당 80달러가 새로운 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공포가 되살아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변했다. 지난달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안도하며 상승세를 탔던 뉴욕 증시는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6일까지 4거래일 연속 떨어졌고, 금리 인상에 특히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날만 2% 빠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미 자산관리업체 클라로 어드바이저는 미 경제지 배런즈에 "최근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라는 11월의 낙관론에 대한 가격을 다시 매기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