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축구에 격변이 일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의 시대가 저물고, ‘신성’ 곤살루 하무스(21)의 세상이 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라스트 댄스’ 무대로 삼은 호날두는 251분 출전에 달랑 페널티킥 1골을 넣은 반면 하무스는 84분만 뛰고도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누가 봐도 극명한 공격 효율성 차이다. 더구나 호날두는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으로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의 눈 밖에 나 입지가 더욱 줄었다.
호날두는 7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스위스와 16강전에서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호날두가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를 벤치에서 시작한 건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스위스전 이후 14년 만이다.
호날두 대신 선택받은 공격수는 포르투갈 리그 득점 1위 하무스다. 조별리그 가나전과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각각 2분, 8분만 뛰었고 한국전에 결장했던 하무스는 16강 토너먼트에 처음 선발 출격해 3골 1도움을 몰아쳐 포르투갈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하무스의 해트트릭은 이 대회 1호이자,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18세)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월드컵 토너먼트 최연소 기록이다. 포르투갈 선수로는 21세 169일로 호날두(21세 132일) 이후 최연소 해트트릭이다.
하무스가 포르투갈의 화력을 배가시킨 날 호날두는 5-1로 승부가 기운 후반 28분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월드컵 통산 8골을 기록 중인 호날두는 후반 38분 상대 골문을 열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 등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동료가 득점할 때와 포르투갈 승리가 확정될 때 호날두는 간간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팀 동료들이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8강 진출 여운을 즐길 때는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잉글랜드 공격수 출신 이안 라이트는 “호날두는 지금을 즐기고 있지 않고,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 주장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덜란드 핵심 미드필더였던 나이젤 데용은 “우아하게 무대를 떠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십수 년 동안 우리가 봤던 최고 선수에게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잉글랜드 레전드 수비수 개리 네빌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싸워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결심은 잘 알지만 중요한 건 동료들, 그리고 협력”이라며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찍 경기장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호날두가 맨유 구단과 갈등 끝에 결별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산투스 감독도 호날두에게 불만이 쌓인 상태다.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 당시 후반 교체 아웃되면서 호날두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산투스 감독은 16강전을 앞두고 “호날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하지만 16강전 대승 후에는 호날두를 다시 감쌌다. 그는 “우리 팀에 아주 중요한 선수”라면서도 “호날두의 8강에서 역할은 앞으로 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