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발길도 뜸하고 소음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80% 정도는 예전 마을 모습을 되찾은 것 같네요."
지난 1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시끄러워서 빼두던 보청기도 다시 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이 7개월 만에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로 이주하면서, 각종 집회와 시위가 이어져 고요하던 마을에 일순간 폭풍우가 몰아쳤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40여 가구가 사는 여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 1일 평산마을 진입로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양방향 통행이 불가능했던 지난 여름과 달리 한산했고, 각종 시위와 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도 사라졌다. 경호구역 안팎에 각 1명의 유튜버가 있지만, 말없이 현장 상황만 중계 중이었다. 염화득 평산마을 이장은 “크게 시위하는 그룹들은 다 사라지고, 주말에도 20명 남짓 정도밖에 모이지 않는다”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다 보니 유튜버들도 화물연대 파업이나 돈이 될 법한 다른 곳으로 다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기준 경남 양산경찰서에 접수된 평산마을 관련 집회·시위 건수는 한미자유의물결, 동부산환경NGO, 자유수호단 등 3건이다. 이마저도 동부산환경NGO는 오는 14일까지 집회 신고가 돼 있지만 2주 전부터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반년 넘게 평산마을에 머물던 우파삼촌 등 극우성향 1인 유튜버들도 최근 서울 상암 MBC사옥이나 용산 대통령실 주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에 몰려오던 대형 전세버스들도 요즘은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배치하던 경찰 규모도 기동대 1개 중대(70명)에서 1개 제대(20~30명) 정도로 줄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평산마을 주민이다. 문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앞에 거주하는 도예가 박진혁(46)씨는 “5월 이후 계속된 욕설 시위로 한동안 흙 만지는 일을 중단했다가 최근 마을이 조용해지고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며 “간간히 시끄럽긴 해도 요즘만 같으면 살 만하다”고 말했다. 귀향 후 100일 동안 마을 산책을 한 차례 나섰던 문 전 대통령 부부도 최근에는 매일 하루 2번씩 마을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사저 주변은 보수 유튜버들의 과도한 시위와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까지 잇따르면서 마을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주민 일부는 불면증과 식욕부진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일 대통령 집무공간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