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서 빛난 유럽 빅리거의 힘..."더 많은 선수 진출하길"

입력
2022.1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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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 존재감
김민재 "유럽에 많이 갔으면 좋겠다"
차기 유력 주자 조규성 "도전하고 싶다"

한국 축구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은 유럽 빅리그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갈고닦은 해외파의 자신감 넘치는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큰물’에서 뛴 경험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평소 기량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 축구가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내려면 더 많은 유럽 빅리거가 배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언제나처럼 한국 축구의 중심엔 손흥민(30·토트넘)이 있었다.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의 면모를 뽐냈다. 월드컵 전 안와골절 부상 탓에 마스크를 쓰고 뛰느라 위력적인 움직임이 줄고, 득점도 없었지만 그라운드에 선 자체만으로 상대에게 큰 위협을 줬다. 특히 한국의 16강 진출이 걸린 포르투갈과의 H조 3차전에서는 후반 막판 약 70m를 질주한 뒤 ‘킬패스’로 황희찬(26·울버햄튼)의 역전 결승골을 배달하기도 했다.

손흥민과 ‘EPL 듀오’를 이룬 황희찬도 ‘황소’처럼 거침없이 두 번째 월드컵을 질주했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우루과이와 가나전을 뛰지 못했지만 포르투갈전에서는 테이핑을 하고 교체 투입돼 천금 같은 골을 터뜨렸다. 브라질과 16강전에는 처음으로 선발 출격해 수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이탈리아 세리에A가 주목하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골든 보이’ 이강인(21·마요르카) 역시 첫 월드컵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을 다쳤지만 가나와의 2차전에도 선발로 나가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뛰느라 포르투갈과의 3차전은 결장했지만 브라질과의 16강전에 다시 출격했다. 키 190㎝, 몸무게 88㎏의 탄탄한 체구로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대등하게 맞섰고, 위기를 차단하는 순간 판단 능력도 돋보였다.

월드컵 개막 전만 해도 비중이 크지 않았던 이강인은 뚜껑을 열자 ‘대반전’을 일으켰다. 한국의 골이 터지는 장면엔 언제나 이강인이 있었다. 가나전에 교체 투입되자마자 1분 만에 조규성(24·전북)의 만회골을 돕는 날카로운 패스를 했고, 포르투갈전에서는 김영권(32·울산)의 동점골이 터질 때 코너킥을 올렸다. 브라질전에서도 후반에 나가 백승호(25·전북)의 만회골로 연결되는 프리킥을 찼다. 독일 ‘분데스리가 듀오’ 이재성(30·마인츠)과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도 대표팀의 중원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이제 한국 축구는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계기로 더 많은 유럽 빅리거 탄생을 기대한다. 김민재는 4년 뒤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유럽에 많이 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팀의 구애를 받고 있는 조규성은 “남미, 유럽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더 도전해보고 싶다”며 “어디든 가서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유럽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