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배우 고 이지한씨의 부친 이종철씨가 6일 대다수의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의 마약 관련 부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이씨는 최근 MBC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부검을 제안했다는 사실에 관해 "저도 그 얘기를 들었다. 아마 제가 알기론 유가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5일 기준 희생자 87명 유가족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준비모임의 일원으로, 다수의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상황을 알고 있다.
이씨는 "(참사 직후) 경찰들이 처음에 와서 하는 얘기가 조서를 꾸려야 하고 부검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니, 사인이 압사 아닙니까?' 했더니 확실치 않다면서 마약 관련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전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 희생자 세 분의 유가족이 부검(에 동의)했는데, 그중 제가 아는 분은 한 달이 넘도록 부검 결과가 안 나오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부검을 전국적으로 똑같은 얘기를 했다는 건 계획된 거라고 본다"고 의심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연락도 제대로 받은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운영을 종료하고 유가족과 부상자 지원 조직만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저희는 중대본에서 연락받은 것도 없고, 소통을 전혀 안 했는데 자기들은 할 것 다했다고 해체했다"면서 "유가족 지원단이라고 만들었다기에 답답해서 저희 유가족들 중 한 분이 전화를 하셨는데, '지원단에서 우리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 하니까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모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의 손에 의해 구성됐다. 당초 이들 유가족은 지난달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TF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협의회와 모임 장소의 구성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자회견 이후 이틀 동안 일부 유가족들에게 설문조사 답변을 독촉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가족 명단도 여전히 정부가 제공하지 않아 유가족이 다른 유가족의 연락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모임을 만들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국정조사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일 국민의힘 측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유가족과 면담에 불참한 상황에 대해 "유가족들이 각 당에 국조특위 면담을 요청했고, 국민의힘 소속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이를 접수해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서 일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면서 "불참한다는 연락은 직접 받은 게 아니라 민주당을 통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가족과 국민의힘 측의 마지막 만남으로 알려진 11월 21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에 대해서도 "국회에 도착했을 때부터 '억지로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가족분들이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졸고 계시고, 휴대폰 하시고, 그리고 말씀 중에 언성이 높아지니까 밖으로 나가시더라"라고 당시 분위기를 돌이켰다.
그는 이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저희들하고 얘기할 때는 정부와 얘기해서 하나하나 다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셨다. 좋은 분이구나 생각했다"면서 "다음 날 당 연설에 가셔서 '어제 만난 유가족들이 158명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시기에 "우리가 또 바보처럼 이용만 당했구나" 하면서 너무 실망을 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