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리먼사태 대침체 막으려면

입력
2022.12.07 00:00
26면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침체 동반
위기 직접 겪지 않은 국가도 충격
부동산시장 연착륙 위한 관리 필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흔히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로 불리는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세계를 실물경제 붕괴의 고통에 밀어 넣었던 '대공황(大恐慌, the Great Depression)'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 국가가 극심한 경기 악화를 경험했기에 명명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명칭이 상징하듯 출발은 주로 금융부문의 어려움에 있지만, 실물경기 고통을 수반했는데, 위기 직전인 2006년 2.78%, 2007년 2.01%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하던 미국은 2008년 0.12%, 2009년 -2.6%의 역성장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에야 2.7%로 복귀한다.

당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번진 이유는 첫 번째로 2014년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를 비롯해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대차대조표 효과'가 있다. 미국 주택가격하락에 따른 부동산시장 악화와 함께 금융기관 대출이 부실화했는데, 금융기관 대차대조표의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대출 회수가 필요했고 그 와중에 기업과 가계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비와 투자 악화로 실물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에서는 미국의 자금 회수에 따른 자본유출을 의미했기 때문에, 위기를 직접 겪지 않은 국가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있었던 '무역 대붕괴'가 있다. 주요 선진국의 소비·투자 감소는 결국 세계교역의 축소를 의미하고 그 과정에서 실물경기 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관련 연구를 정리한 2012년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서는 2008년 1분기에서 2009년 1분기 사이에 세계 실질 무역이 15% 감소했고, 각국 경제에서 지출 축소, 그 가운데 특히 무역 집중도가 높은 내구재(耐久財) 지출의 감소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금융위기에 뒤따른 실물 대침체는 현재 금융시장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침체가 진행 중이고, 여기에 물가 제어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시사점이 크다. 결국, 대침체를 막으려면 금융부실에 따른 대차대조표 효과를 제어해야 하고 무역 감소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 약화와 이에 따른 국제교역 감소 자체는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워도 금융부문의 대차대조표 효과는 정책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또한, 세계교역이 위축되더라도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지는 역시 당국의 몫이다.

그런데 2008년 당시 대차대조표 효과를 촉발한 요인이 주택가격 급락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과 밀접했음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취약한 금융기관 상당수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연관됨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택을 비롯해 부동산시장 연착륙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대출 및 금융 활동의 중요한 기초자산인 부동산의 가격폭락 사태가 발생하면 금융부실에 따른 강력한 대차대조표 효과로 대침체 같은 실물경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당연히 좋지 않지만, 급락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부동산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따라서 가격하락을 유도하거나 이를 당연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 상승률이 줄어들도록 하는 정교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동산 관련 조세 및 금융, 주택공급 및 세입자 정책 등을 부동산 가격 급등이 초래된 시점 이전으로 회복시켜 부동산 시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섬세한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