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인수한 후 기행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동물복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부주의한 실험을 해 많은 동물을 희생시킨 혐의로 미국 농무부(USDA) 감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직원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머스크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고 말한다. "빨리 성과를 내라"는 압박에 급하게 동물실험을 하다 보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동물실험을 한다는 머스크의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뉴럴링크에선 2018년부터 무려 1,500마리가 넘는 동물이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은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 20여 명을 인용해 "머스크의 재촉이 인체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 위한 성과 제출 기한을 놓치며 시작됐다"고 전했다.
직원들 말을 종합하면 그는 "머리에 폭탄이 묶였다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직원들을 압박해왔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도 협박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트위터에서도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직원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전략을 써왔다.
머스크의 명령에 따라 급하게 실험을 수행하면서 사고가 이어졌다. 준비 부족으로 황당한 실수를 해 동물이 죽는 일도 발생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 실험에선 직원이 잘못된 크기의 칩을 심어 실험 돼지 60마리 중 25마리가 죽었다. 실험은 양 36마리로 다시 진행됐다. 실험에 성공해 살아남은 돼지와 양도 실험 성공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죽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럴링크는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두뇌에 전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결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뇌신경 기술 개발에 많은 동물이 희생되긴 하지만, 뉴럴링크의 숫자는 압도적이다. 한 관련자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280마리의 양, 돼지, 원숭이 등을 포함해 대략 1,500마리의 동물이 실험으로 죽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실제로는 더 많이 희생됐을 수 있다. 또 다른 뇌과학 스타트업 '싱크론'이 죽인 80여 마리의 19배 수준이다.
앞서 동물권 보호단체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는 올해 2월 뉴럴링크가 동물복지법을 위반했다며 연방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뉴럴링크가 원숭이의 뇌를 파괴해 극도의 고통을 주는 실험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사건을 농무부 감찰관에게 회부한 후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뉴럴링크는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PCRM 조사 요구 후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장 윤리적인 방식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뉴럴링크 발표회에서 "실험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만 (결과) 확인을 위해 동물실험을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통신은 검토한 기록을 근거로 "뉴럴링크는 지난 수년간 마지막 단계 이전에도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다"며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일부 직원들은 윗선에 "더 신중하게 실험하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머스크가 요구한 속도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실험을 수행한 직원들조차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뉴럴링크는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에 인체 실험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