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진객 두루미들이 철원에 도착했다. 매년 겨울이면 두루미들은 철원평야에 찾아와 월동을 준비한다. 올해는 재두루미 7,000여 마리와 두루미 600여 마리가 돌아왔다.
지난 주말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서둘러 철원으로 향했다. 밤길에 눈까지 내려 어렵게 도착했는데, 두루미들의 휴식처에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날은 아직 어둑어둑해 두루미들은 보이지 않았고 탐조객들조차 없었다. 한참을 눈밭에서 오들오들 떨며 기다리다가 포기할 때쯤 어디선가 익숙한 두루미 울음소리가 들렸고, 숨어 있던 두루미들이 하늘을 향해 떼 지어 날아올랐다. 새하얀 깃털을 가진 두루미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도도한 선비의 풍모가 뿜어져 나왔다. 그들은 눈앞에서 한 바퀴 선회한 후 강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잠깐이었지만 그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두루미들의 ‘황홀한 비행'에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철원지역 철새인 쇠기러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고 한다. 철원군과 두루미보호단체는 철새들 사이에 AI가 확산하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식수인 논의 물이 고인물이 되지 않도록 지하수를 공급해 흘려보내고, 큰 무리가 한꺼번에 모이지 않도록 먹이도 한곳에 집중적으로 뿌리지 않고 있다지만 걱정이 앞선다. 부디 철새들이 올겨울 철원평야에서 무탈하게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떠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