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중국 사랑을 숨기지 않던 애플이 '탈(脫) 중국'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그 반사이익을 인도가 제대로 누리고 있다. 애플이 중국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줄이고 '메이드 인 인디아' 비중을 늘리면서다.
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9월 처음으로 인도에서 최신형 아이폰 생산을 시작한 애플은 태블릿PC인 아이패드의 인도 생산을 검토 중이다. 경제매체 CNBC는 이날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던 아이패드 물량 일부를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원래 중국에 제품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했던 애플은 최근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내 생산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탓이다.
최근 발생한 폭스콘의 허난성 정저우 공장 사태는 애플의 탈중국 움직임을 가속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정저우는 애플 제품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폭스콘의 가장 큰 공장이 있는 도시인데, '아이폰 시티'라 불릴 정도로 아이폰을 많이 만드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달 폭스콘 근로자들이 당국의 봉쇄 정책에 저항해 공장을 대거 탈출했고, 새로 채용된 대체 인력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 탓에 시위를 벌이면서 공장 가동이 2주 이상 멈췄다. 애플은 이로 인해 아이폰14 시리즈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이 생산 거점의 다변화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애플은 그래서 인도로 향하고 있다. 가장 최신형인 아이폰14 시리즈를 첸나이 외곽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폭스콘 정저우 공장 폐쇄 이후엔 다른 위탁생산 협력사인 페가트론에 타밀나두 공장에서 아이폰14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JP모건은 "애플이 올해 인도에서 아이폰14 시리즈의 5%를 생산하고 2025년까지 이 비중을 25%로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최근 전문가들은 애플이 그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인도 생산 비중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로 생산 라인을 다각화하는 것은 애플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샤오미, 구글 등 경쟁사들도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미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스마트폰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26% 급증했다.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가 부상한 이유로는 먼저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노력이 꼽힌다. 인도 당국은 2020년 6월 글로벌 기업 제조업 공장 유치를 위해 66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정책을 내놨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생산 대국인 인도는 애플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려는 지금을 기회 삼아, 중국으로부터 1위 자리를 빼앗겠다는 태세다. 게다가 인도는 △인구가 약 14억 명에 이르는 만큼 노동력이 풍부하고 △시장 규모도 광대하다.
다만 아직까지 인도엔 중국만큼 숙련된 제조업 인력이 많지 않다는 게 성장에 한계로 꼽힌다. 또 파키스탄이나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따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