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청와대, 송철호 경쟁자에 공공기관장 제안… 법정 증언 나와

입력
2022.12.05 23:15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혐의 공판
임동호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직책 제안”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경쟁했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로부터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대가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임 전 최고위원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장용범 마성영 김정곤) 심리로 열린 송 전 시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임 전 최고위원에게 2018년 2월 12일 한 전 수석으로부터 '울산 선거 일 힘든데 왜 하려고 하냐. 마지막으로 생각해보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에 "걱정하는 얘기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한 전 수석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했던 것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2017년 최고위원 임기가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로 가고 싶다고 주위에 말했던 임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수석이 '오사카 총영사는 안 되는데 A급 공기업 사장 자리는 줄 수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냐"는 검찰 질문에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자리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청와대 인사 담당 행정관이 '어떤 자리에 가고 싶냐'는 전화가 왔지만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은 다만 "(한 전 수석이) 경선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친구로서 걱정하는 얘기를 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전 수석은 송 전 시장의 경선 경쟁자이던 임 전 최고위원에게 공공기관장 등을 제안해 출마 포기를 종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민주당은 울산시장 후보로 송 전 시장을 단수 공천했다.

임 전 최고위원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한 전 수석 측 변호인은 "한 전 수석이 구체적으로 자리를 말한 사실은 없지 않냐"고 물었고, 그는 "구체적으로는 없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A급지, B급지 두 자리 정도 들었지만, A급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공기관장"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송 전 시장 측 인사였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 내용도 공개했다. 수첩에는 임 전 최고위원을 두고 '제압이 확실한 방법' '수사하면 임종석 비서실장도 손을 떼게 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임 전 최고위원을 공천 경쟁에서 배제하기 위해 송 전 시장 측이 모의한 정황을 제시한 것이다.

검찰은 "송 전 시장 쪽에선 증인을 쫓아내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은데 직접 경험한 게 있느냐"고 묻자, 임 전 최고위원은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다"며 "저는 괜찮지만 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전 시장 당선을 돕기 위해 각종 불법·탈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송 전 시장과 함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 15명을 재판에 넘겼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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