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에 무더기로 포를 쏘며 도발했다. 2018년 남북 9·19 합의로 설정된 군사행동 금지구역이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지난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북한은 포사격 이후 총참모부를 앞세워 "압도적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적반하장으로 위협했다. 연말 잠잠한가 싶던 북한이 다시 도발수위를 높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2시 59분경부터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와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동·서해상으로 방사포로 추정되는 포병사격 총 130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탄착지점은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안으로 파악됐다. 남북은 4년 전 '9·19군사합의'를 통해 이 구역에서 해안포문을 폐쇄하고 해상 군사훈련과 해안포 등 중화기 사격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우발적 충돌이나 긴장고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합참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우리의 합참에 해당하는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목소리를 높이며 맞섰다.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적의 모든 도발적인 행동들을 건건사사 계산하며 항상 견결하고 압도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적측은 육안 감시가 가능한 전선 근접 지대에서 긴장 격화를 야기시키는 군사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측이 전선 일대에서 불필요한 긴장 격화의 불씨를 일으키지 말고 자중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미가 남쪽 방향으로 실시한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MLRS) 사격훈련을 꼬투리 잡은 것이다. 강원도 철원군청 등에 따르면 양국군은 6일까지 이틀간 철원군 동송읍 삼율리 담터진지에서 227㎜ MLRS를 총 57발 사격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동막리의 다른 진지에서도 K-9 자주포 140발을 쏠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 10월에도 동·서해로 포탄 수백 발을 발사한 후 "남조선군이 10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주한미군은 담터진지에서 MLRS 사격훈련을 시행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해 재차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1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지난달 3일에도 동해상 완충구역으로 80여 발의 포를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