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무정차 미실시도 참사 원인"... 특수본, 3명 추가 입건

입력
2022.12.05 16:48
8면
서울교통공사 사업소장 피의자로 전환
"무정차 검토하라" 지시받고 이행 안 해
용산 보건소장·용산서 상황팀장도 입건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지하철 관리 책임자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부 지시를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를 참사를 유발한 중요 원인으로 보고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를 추가 입건했다. 사고 원인 관련 누적 피의자는 21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5일 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 A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동묘사업소는 이태원역을 포함해 17개 역을 관리하는 상급기관이다. A씨는 ‘2022 이태원 핼러윈 데이 특별수송 계획’ 결재권자로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 근무하면서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공사 영업본부장의 전화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공사 관계자가 입건된 건 지난달 23일 이태원역장 B씨에 이어 두 번째다. B씨는 무정차 통과를 종합관제센터에 요청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통상 인파 혼잡이 예상되면 해당 역에 열차를 세우지 않는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공사 ‘영업사업소및역운영예규’ 37조는 ‘역장은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상황을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고 열차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사 당일 무정차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당일 오후 6~10시 시간당 약 1만 명의 인파가 이태원역에 하차해 참사 현장과 가까운 역 1, 2번 출구로 나갔다. 전주 대비 4, 5배 많은 인원이다. 특수본은 공사 예규 및 직원 진술 등을 근거로 A씨 등이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지 않아 갑자기 많은 인파가 사고 장소에 운집한 것으로 판단했다.

무정차는 역장이 신청하면 관제센터에서 승인하는 구조인데, 사업소장에겐 요청 권한이 없다. 다만 특수본 관계자는 “A씨는 상급자인 영업본부장으로부터 무정차 검토 지시를 받았다면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B씨와 협의했어야 한다”고 입건 이유를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경찰서 112상황팀장과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도 각각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전환했다. 최 소장은 현장 도착 시간을 실제보다 빨리 공문서에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용산서 상황팀장에겐 112신고 처리 및 사고 후 구조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했다. 이 총경과 송 경정은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출석했다. 박 경무관은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