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국정원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로 관련 첩보를 무단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고, 삭제 지시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 수사를 두고 "이 정권의 칼날이 용공은 문 전 대통령, 비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향하고 있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고 전망했다.
박 전 원장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해 공무원 피격 첩보 무단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 "관계장관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모든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런 지시는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검찰에 나가서도 진술하겠다" 말했다.
박 전 원장은 해당 사건으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데 대해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우리가 순종해야 된다"면서도 "남북관계 전문가를 특히 분단국가에서 싹을 잘라 버린다는 것은 중요한 인적 자원의 파괴로,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치인도 아니고 전문가인 이러한 인적 자산이 구속됐다는 것이 저는 참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정보기관도 나아가 북한에서도 굉장히 아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서 전 실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자진 월북’ 정황이 있었다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또 국방부와 국정원 등 관계부처에 피격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자신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연락이 없다. 연락이 있으면 가겠다. 가서 사실대로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피격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해서 접촉하는 일은 일종의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지만, 법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며 "이런 일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러한 것을 조사하고 처벌한다고 하면 누가 앞으로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나서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