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꿈은 이루어진다'가 있었다면 2022년에는 '중꺾마' 아닐까요."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슬로건으로 '중꺾마'라는 단어가 온라인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아무리 강하고 어려운 상대를 만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상황을 응원할 때 주로 쓰여왔는데, 잇따른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승리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극적인 16강 진출 스토리와 맞물리면서 누리꾼들이 더욱 크게 열광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포르투갈과의 경기 승리로 16강 행을 확정 짓는 순간, 조규성(전북 현대)과 권경원(감바 오사카)등 태극전사들이 들어올린 태극기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란 문구가 또렷이 새겨져 있어 더 큰 화제가 됐다.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지상파 뉴스 자막에도 소환됐고,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정치인들의 인터뷰와 홍보 현수막에까지 등장하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중꺾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선 '올해의 명언'으로까지 추앙받는 '중꺾마'의 시초는 어디일까.
'중꺾마'가 처음 등장한 건 글로벌 온라인 게임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다. 각국의 프로 게이머들이 실력을 겨루는 세계적 규모다 보니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대회다.
'중꺾마'의 시작은 한국팀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인터뷰였다. 실력도 출중하고 여러 대회에서 우승 커리어를 쌓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김혁규 선수는 1라운드 패배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음 경기 의지를 다졌다.
이후 기자가 김혁규의 발언의 맥락을 잘 살려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센스 만점 제목을 달아 기사를 송고한 게 '중꺾마'의 탄생 비화다.
문장에 실린 '진심'이 가닿았던 걸까.
지난 10년간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김혁규는 7번의 도전 끝에 세계 최강 실력자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팀을 처음으로 꺾고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낸다. 김혁규는 우승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와 저희 팀의 우승이 저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께 희망이 됐으면 좋겠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라고 적으며 '중꺾마'는 언더도그(약자) 승리의 상징이 됐다.
마스크 투혼을 보여 주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16강 진출 확정 이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긴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는 글 또한 MZ세대를 울리는 명문장으로 등극하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한국 대표팀이 FIFA 랭킹 1위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16강 전에서도 '중꺾마'의 정신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롤드컵이 그랬듯, 월드컵도 언더도그들에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