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된 나의 집:서울 노후주택 리포트] [단독] 쩍쩍 갈라지고 파여도...노후주택 75% 점검조차 없었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박제된 나의 집 ②: 오래된 집에 갇힌 사람들]
좁은 골목 안 낡은 담을 끼고 협소한 대지 안에 들어선 노후주택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한국일보가 정부 전수조사인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근거로 서울 노후주택 가구주의 특성을 추출했더니, 전체 가구주 평균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나이가 많고 △단순노무직 비율이 높고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약자 혹은 소외계층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다.
한국일보와 한국도시연구소(소장 최은영)는 2020년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 중 1979년 이전 건축된 서울 노후주택 12만8,929가구의 가구주 특성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이용해 노후주택 가구주의 사회·경제적 지위 수준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서울 전체 노후주택 가구주 중 27.2%가 70대 이상의 고연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연령 가구주(22.4%)를 합치면, 노후주택 가구주의 49.6%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이 비율은 서울 전체 가구(398만2,290가구) 가구주의 60대 이상 비율(31.1%)보다 18.5%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자치구별로 구분하면 강북구(59.9%), 은평구(58.8%), 양천구(58.2%), 구로구(58.0%) 등에서 고령층 가구주의 비율이 높았다. 이런 경향에 대해 15년간 현장에서 노후주택 대상 주거복지를 지원해 온 한 활동가는 “오래된 집일수록 거주자와 집이 함께 늙어가고 있는 추세가 확실히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은퇴가 임박하거나 이미 퇴직한 고령층 비율이 높다 보니, 노후주택 가구주가 아예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비율도 일반 가구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경제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일하지 않음"이라고 답한 노후주택 가구주의 비율은 44.3%로 일반 가구 평균(30.1%)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의 도움을 받는 비율도 높았는데, 노후주택 가구주 중 생활비 원천이 정부 보조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3.0%로 일반 가구 평균(6.6%)의 2배에 달했다.
돈을 벌고 있는 노후주택 가구주의 경우에도 그 일자리 질이 일반 가구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주택 가구주 중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14.8%로 일반 가구 평균인 8.7%를 훌쩍 뛰어넘었고, 고용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의 비율도 19.5%에 달해 일반 가구 평균(12.7%)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노후주택 가구주가 의사·변호사·IT개발자 등을 포함하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직업을 가진 비율(17.0%)은 일반 가구 평균(27.3%)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정리하자면 노후주택 가구주의 직업적 특성은 ①무직이 많고 ②단순노무직 비중이 높으며 ③나 홀로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이다.
학력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관찰됐다. 노후주택 가구주 중에서 학력이 대졸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36.7%였는데, 이는 서울 전체 가구주의 대졸 이상 비율(54.7%)에 크게 못 미쳤다. 다만 노후주택 가구주라 하더라도 강남구(64.5%)와 서초구(58.0%)에서는 대졸 이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 노후주택 가구주 중 직업이 전문가(관련 종사자 포함)로 분류되는 비율은 33.3%에 달했고,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는 비율(3.0%)도 매우 낮았다.
자료를 분석한 한국도시연구소는 노후주택 거주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 처해있는 동시에 경제·사회적으로도 소외받고 있다는 점이 통계에서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이 연구소의 홍정훈 연구원은 "이번에 나온 노후주택 가구주의 특성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거주자에게서 발견되는 특성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홍 연구원은 "노후주택의 고령 소유주는 직업·소득 없이 유동화조차 어려운 자산을 갖고 있어 각종 주거복지 혜택기준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소유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주택연금 제도가 이런 분들에게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보증료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후주택 소유주들은 낮은 소득 탓에 50%에 달하는 자부담금 내기가 어려워 서울시 집수리 사업도 포기하고 있다"며 "집이 재개발된다 해도 아파트 분양을 위한 최소한의 자금조차 없는 사례가 많다"고 해석했다. 이어 "재개발 때문에 영세한 기존 거주자들이 퇴거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주거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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