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기적’ 29년 만에 ‘알라얀의 기적’으로

입력
2022.12.03 08:00


한국 축구 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꼽히는 ‘도하의 기적’이 29년 만에 재현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로 포르투갈(2승1패 승점 6)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다.

하지만 한국의 16강 진출은 자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같은 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가나와 경기에서 우루과이는 2-0으로 승리해 한국과 조별리그 성적(1승 1무 1패)과 골득실(0)까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밀리며 16강 티켓을 한국에 내줬다. 한국이 4골, 우루과이가 2골이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포루투갈전에서 승리해 놓고, 약 8분이 남은 우루과이-가나전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우루과이는 한 골을 더 넣어 3-0으로 승리했다면 16강 티켓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결국 전반전에 2골을 넣은 뒤 후반전엔 침묵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기적 같은 상황은 29년전 카타르에서 먼저 전개됐다. 한국은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에 3-0으로 승리한 뒤 초조한 마음으로 일본-이라크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당시 일본은 2-1로 앞서다가 경기 종료 10초 전 동점골을 내주고 허망하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본선 진출 마지막 티켓의 주인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시 황선홍 하석주 고정운 등 한국 선수들은 기적 같은 소식에 환호했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오열했는데, 당시 대표팀 미드필더가 현재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