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의향을 내비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영토 인정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철수 없인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라 협상이 재개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여전히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대화를 위한 공통의 토대를 찾는 문제를 매우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협상에 열려있다"면서도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철수라면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특별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과 접촉할 당장의 계획"은 없다면서도 "실제로 그가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있다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건부 가능성을 거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수일 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는 절대로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이나 관료에게 제안이 오면 대화를 끊지 않겠다"고 말해 종전 회담이 곧 성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으로 양측의 입장 차가 재확인됐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1시간가량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 평화 협상 재개와 관련해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과 독일 총리실 발표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정책은 파괴적"이라며 독일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 공격을 규탄하며 "러시아군의 철수를 포함해 외교적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영토 반환 없인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포럼 인터뷰에서 "9개월간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돈바스 지역을 되찾는 것"이라며 "우리 영토 전체를 해방시키지 않는 한,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