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팀 통틀어 총 6골이 터진 난타전에서도 심판이 주인공 된 순간은 거의 없었다. 2일(한국시간)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코스타리카와 독일의 최종전에 출격한 사상 첫 여성 심판 트리오(주심 1명과 부심 2명이 이룬 조)의 데뷔전이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다.
남자 월드컵 최초의 여성 주심인 스테파니 프라파르(39·프랑스) 심판과 네우자 백(38·브라질), 카렌 디아스(38·멕시코) 부심은 이날 9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 월드컵 무대를 지휘했다. 온전히 여성 심판들의 판정으로 월드컵 주요 경기가 치러진 역사적인 날이다. 특히 ‘죽음의 조’에 소속된 두 팀의 16강 진출 운명을 가를 수 있는 경기였던 터라 이들의 판정에도 관심이 쏠렸다.
역사적인 배정이기에 이목이 집중됐을 뿐 축구계에서 이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프라파르 주심만 해도 2019년부터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1부 리그)에 배정됐고, 2020년 12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를, 지난해에는 카타르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주심을 맡는 등 남성 무대에서도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끄러운 판정을 내렸다. 전반부터 공의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위치 선정과 선수 간 충돌 상황에서의 중재, 비디오판독(VAR)실과의 꼼꼼한 교신 등으로 경기 흐름을 이어갔다. ‘심판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 경기는 엉망이 된다’는 심판계 격언에 비춰 봤을 때 ‘존재감 없었던’ 프라파르 주심의 판정은 안정감이 높았던 셈이다.
백미는 6골 중 5골이 몰아 터진 후반전이었다. 난타전이 벌어진 만큼 선수 간 신체 접촉을 비롯한 민감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음에도 큰 항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장신 선수들이 많은 독일, 빠른 역습을 수시로 펼친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움직임을 거뜬히 따라잡으면서, 여성 심판들이 남성 심판에 비해 보폭이 작거나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편견을 지워버렸다.
다만 경기 막판 오프사이드 오심은 옥에 티였다. 백과 디아스 부심 모두 경기 내내 오프사이드는 물론 터치라인 부근에서 발생한 반칙 상황 등에 빠르고 단호한 판정을 내렸는데, 후반 44분 독일의 니클라스 퓔크루그(브레멘)의 득점 상황에서 부심의 오심이 나왔다. 백 부심은 당시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봤지만, 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아닌 골로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