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한 장 두께' 포기 않고 크로스… 일본 조 1위 세 가지 비결

입력
2022.12.02 19:00
2면
일본, 독일 이어 스페인까지 2-1 격파
'죽음의 E조' 최약체 전망 깨고 주인공으로


일본은 다 죽어간 공을 살려냈다.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 호프 알비온)가 깻잎 한 장 두께 수준의 면적이 골 라인에 걸친 공을 골문 앞에 서 있던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에게 전했고, 아오는 텅 빈 골문에 차 넣었다.

이 집념의 골은 ‘무적함대’를 침몰시켰고, 일본은 아시아 국가 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 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던 독일과 스페인을 차례로, 그것도 모두 역전승으로 꺾고 조 1위 성적으로 일군 기적의 연속이다.

다 넘어갈 때까진 넘어간 게 아니다


일본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전반 11분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초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으며 2-1 승리를 거뒀다. ‘죽음의 조’로 여겨진 E조에서 유일하게 2승(승점 6)을 거둔 것이다.

일본의 16강행 비결은 ①선수들의 간절함과 집념 ②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맞춤형 전략 ③실책 없는 노련함과 골 결정력이 꼽힌다. 이날 경기에서는 결승골 장면이 압권이었다. 축구 경기 규칙은 '지면 또는 공중에서 공 전체가 골라인이나 터치라인을 완전히 넘었을 때'를 '아웃 오브 플레이'(Out of Play)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진행한 플레이다.

일본의 결승골 직전 상황은 육안으로 보면 아웃에 가깝다. 부심도 공이 나갔다며 깃발을 들었을 정도지만, 비디오판독(VAR)을 통한 분석 끝에 공은 라인에 닿아 있던 것으로 결론 났다. 실제 경기장 윗부분에서 잡아낸 '항공샷'을 살펴보면 공은 골 라인 바깥쪽에 걸쳐 있는 모습이 꽤 선명하다. 지레짐작 포기했다면 무승부로 승점 1점만 챙겨 승점 4점이 되고, 독일에 득실 차까지 밀려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났을 상황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일본판 짤순이 축구, 그리고 원샷 원킬



모리야스 감독의 전략도 빛났다. 독일에 이어 스페인을 상대로도 전반에 상대의 공 점유를 허락하되 실점을 최소화했다. 상대가 8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단 한 점씩만 내준 것이다. 승부수는 후반에 띄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상대 팀들은 마음 편히 골문을 두드리다가 후반에 일격을 당한 뒤 다급해졌다. 이후 일본은 노련한 유럽파 공격수들을 앞세워 역전골 한 방을 터뜨린 뒤 오밀조밀한 수비와 곤다 슈이치(시미즈) 골키퍼의 선방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실책 한 번 나오지 않은 점도 일본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무리한 수비에 따른 퇴장이 발생하지 않았고, 페널티킥 또한 허용하지 않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다”며 “선수들은 새로운 모습의 축구를 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독일은 같은 시각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4-2 승리를 거둬 스페인(승점 4)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스페인 6·독일 1)에서 크게 뒤져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최종전에서 한국에 0-2로 패해 연속으로 아시아 팀에 발목이 잡혔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