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 법무부 장관 수락의 후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법정에서 "압도적 검찰권 행사 앞에 무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가족 명운이 경각에 달렸다. 검찰의 의심과 추측, 주장이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부족한 제가 검찰개혁 과제를 부여받고 검찰, 언론, 정치권의 무차별 파상 공격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적용된 12가지 혐의에 대해 "1940년 로버트 잭슨 미국 연방 검찰총장의 연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검찰의 가장 위험한 힘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특정인을 선택하거나 인기 없는 특정 집단을 선택해 그들의 범죄 혐의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특혜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을 딸의 지도교수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고, 장학금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조치가) 미숙했다고 꾸짖으면 달게 받겠지만, 직권남용죄의 남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장관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 원장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법치주의는 심오한 이론이 아니라 잘못하면 누구라도 처벌받는다는 상식이 실현될 때 바로 설 수 있다"며 "이런 상식이 지켜지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이 끝난 이 시점에도 피고인들이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증거를 외면하면서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지만, 재판을 통해 진실이 뭔지,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 뭔지 밝혀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에 앞서 딸 입시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정 전 교수는 아들 입시비리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징역 2년이 구형된 상태다. 조 전 장관과 공모해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조 전 장관 등의 1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