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프랑스 '항의'에 IRA 조정 '시사'…한국도 혜택?

입력
2022.12.02 18:56
"유럽과 같은 동맹 배제 의도 아냐"
배터리 핵심광물 원산지 조건 완화 언급
'북미산 제조' 핵심 규정은 조정 어려울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동맹인 프랑스의 '항의'에 법안의 결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인데, 법안 조정 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조정이 이뤄져도 미세 조정에 그치고, 법안 핵심인 '전기차의 북미 제조 규정'은 그대로일 거란 관측이 우세해, 근본적인 차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IRA '결함' 인정…동맹국 반발에 조정 고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거대한 법안(IRA)을 작성할 땐 작은 결함들(glitches)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IRA는 유럽과 같은 동맹국들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산 제품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근본적으로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미세한 조정 방안들(tweaks)이 있다"고 했다.

그간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IRA로 피해를 보게 된 국가들은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IRA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주고, 배터리·광물 등의 원산지에 따라 세액공제를 달리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생산,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지난달 판매가 급감했다.

EU는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IRA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경기는 침체에 빠졌지만, 미국은 에너지 수출로 혜택을 보고 오히려 IRA를 시행해 동맹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은 IRA의 세액공제 규정이 "프랑스 업계에 아주 공격적"이라 작심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IRA에 반대해 온 동맹에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IRA 결함의 예시로 '자유무역협정(FTA)' 표현을 들기도 했다.

그는 "법안에 (핵심광물 원산지 관련)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FTA가 아니라 동맹국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핵심광물의 원산지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어도 동맹관계면 세제 혜택을 받도록 완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세제 혜택 조건이 미 동맹국으로 완화되면 한국은 배터리 원료 조달처를 더 쉽게 넓힐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은 64%, 코발트는 81%, 흑연은 93% 정도를 중국에 의존한다. IRA법에 따르면 배터리에 중국산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차별 핵심 '북미 제조 규정'은 수정 어려울듯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북미 제조 규정'은 수정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내용이 법안에 명확하게 들어가 시행 규정을 통해 뒤집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를 자신의 최대 경제 성과로 집중 홍보하는 것도 법안 개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가 강해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낮다.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 조정 의사를 밝힌 만큼 올해 연말 재무부가 내놓을 시행 규정에 관심이 쏠린다. 재무부는 현재 IRA 본격 시행을 위한 하위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이를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써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