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선언했던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가 잇따라 사측과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파업 하루 만에, 철도노조는 파업 직전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데다 '교통대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해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6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은 대규모로 진행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총파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에 합의했다. 지난달 30일 6년 만에 총파업을 시작한 지 하루 만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거대 공공노조들이 조기에 파업을 철회한 것은 각각의 요구안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9월 노사 간 특별합의한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올해 노사합의서에 다시 포함시켰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노사 간 입장차가 컸던 통상임금 항목 확대에 따른 실적급(시간외 수당 등) 증가분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
사측이 요구안을 수용한 것은 연쇄 파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력 절감·구조조정식 경영합리화의 부작용이 작지 않은데다 파업을 지속시켜 노조가 주도하는 흐름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 같다"며 "연쇄 파업의 고리를 사안별 대응으로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태원 참사 직후 지하철, 철도의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안전 문제에 대한 고려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 역시 경제난 속에 국민 불편으로 직결되는 파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경제적 상황 때문에 파업에 대한 호응도나 국민 지지가 예상만큼 높지 않아 현장에서도 파업을 길게 끄는 데에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공노조들이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예산 삭감·조직 효율화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긴 했지만, 전통적 임금 인상 투쟁 성격이 약해 현장 동력이 크지 않았던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노조의 협상 타결은 화물연대 파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으로 화물연대 파업 참여 인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공공노조들이 연대 파업을 벌이면 화물연대가 힘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외로워지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경제 문제를 내세워 명분을 쌓으면서 강경 대응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건설노조가 이날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며 동조파업을 선언해 향후 국면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6일 총파업에 앞서 3일엔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마다 각각의 요구를 걸고 싸우기 때문에 타결되면 멈추는 것이라 (총파업에) 힘이 빠지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화물연대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노조 중심의 파업 행렬이 그치면서 기운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연말 총파업은 거의 매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총파업 국면을 이끌어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고, 예년처럼 개별 사업장들의 부분 파업 형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청한 노동계 인사도 "기업별 노조 특성상 중앙의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긴 어려워, 보여주기식으로 가능한 단위만 참여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