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업계에 경찰 협조 요청과 손해배상 소송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일 특수강 전문업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을 찾아 집단 운송거부 이후 철강재 생산 및 출하 영향을 모니터링한 뒤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 발생 시 경찰 등에 즉시 협조를 요청하라"며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강 협회를 중심으로 중소 화주가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대행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장 차관은 "주요 협회들을 중심으로 중소 화주의 손해발생에 대한 소송대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철강 업계도 협회를 중심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에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집단 운송거부가 아흐레째 이어지면서 현재 철강재는 육로와 해상을 포함한 기존 출하량의 절반가량만 출하 중이다. 이로 인해 1일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5대 철강사의 출하 차질 금액은 약 8,7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철강 업계로 범위를 넓히면 약 1조1,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공장 내 쌓아둘 공간이 모자라 생산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 업계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60개 소로 늘어났다.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1개 소 증가했다. 수도권에 39개 소, 충남 11개소, 강원 4개 소, 충북 3개 소, 전북 2개 소, 세종 1개 소다. 주로 수도권에 있던 품절 주유소가 전국 각지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부에선 다음 주 주말이면 수도권 대부분 주유소가 따로 모아 둔 제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정유업계에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피해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정유·철강·컨테이너 등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피해가 크게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즉시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실무작업은 이미 전날부터 이뤄지고 있다.
한편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업계는 1일 기준 하루 출하량이 평시 대비 약 46%까지 상승하며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날부터는 평소 출하량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시멘트 분야 집단 운송거부 화물차주 777명에 대한 명단을 확보하고, 업무개시명령서를 운송사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 운송거부 업체 21곳은 업무를 재개했거나 재개할 예정이다. 5일부터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부된 차주를 대상으로 해 운송재개 현황을 현장조사할 방침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전국 12개 항만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이날 오전 10시 기준 평시 대비 81%로 상승했다. 지난달 28일(21%)이나 전날(64%) 대비 빠르게 회복 중이다. 특히 컨테이너 반출입량 규모가 큰 부산항은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이날 95%까지 올라 평시 수준까지 찍었다. 다만 화물연대 가입률이 높은 광양항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여전히 평시 대비 0~2%에 그쳐 피해가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