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출근길 시위 '1년'... 예산 성과 냈지만 시민들 시선은 싸늘

입력
2022.12.02 15:00
작년 12월 3일 시작된 시위, 1년간 지속
"상임위 증액 예산 기재부가 수용 필요"
커진 비판 여론, 사법처리 갈등 해소해야

3일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꼭 1년이 된다.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위해 온갖 눈총을 견뎌가며 집단행동을 불사한 횟수만 47번이다. 전장연은 2일에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성과가 없던 건 아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국회는 요구 사항을 예산에 일부 반영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강경 대응과 여전히 싸늘한 시민들의 시선은 장애인 문제를 대하는 한국사회에 숙제를 던지고 있다.

"장애인 예산, 尹 대통령이 응답해야"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제47차 지하철 승ㆍ하차 시위를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삼각지역 양방향 승강장의 각각 맨 끝 문에서 열차에 탑승해 객차 반대쪽 끝 문으로 하차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탑승을 둘러싼 경찰ㆍ지하철 보안관과 전장연 회원들의 격한 몸싸움도 재연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시위로 4호선 운행이 최대 1시간 32분간 지연됐다.

전장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본심사를 앞둔 장애인 권리예산안의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1년 전 처음 지하철을 탈 때만 해도 기본권리 보장을 약속받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이제 노력한다는 말 대신 예산을 확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는 삼각지역에서만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여야가 합의해도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예산 반영은 허사”라며 “지금부터 삼각지역을 ‘대통령실역’으로 부르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교통 왜 볼모 삼나" 적대감 여전

전장연의 지난 1년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생활지원, 이동, 노동 등 장애인 관련 예산이 지난달 중순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대폭 인상된 것이다. 보건복지위는 활동지원서비스 등 복지부 소관 장애인 예산을 정부안 대비 6,350억 원 증액했다. 국토교통위도 특별교통수단, 저상버스 도입 등 이동권 관련 예산을 심사 과정에서 993억 원 올렸고, 환경노동위 역시 장애인 근로지원 예산을 정부안 대비 256억4,000만 원 확대 편성했다.

다만 예결위 본심사에서 기재부가 거부하면 물거품이 된다. 전장연이 출근길 시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시위가 장기화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 요소다.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만성화한 불편에 적대적으로 변한 여론이 부담이다. 실질적 최대 피해자인 시민들의 눈빛은 시위가 길어질수록 따가워지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도 “왜 지하철을 볼모로 삼느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한 시민은 직접 객차 문 앞에서 휠체어 진입을 막기도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지구 끝’ 발언에서 보듯, 경찰의 고강도 수사도 변수다. 전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장연 활동가 11명을 교통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박 대표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으나, 그는 “경찰서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만들면 조사를 받겠다”면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해 충돌 여지를 남겼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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