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대중 강경 노선을 예고한 직후 영국 의회 의원들이 대만을 찾았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대만을 찾아 쑤전창 행정원장을 만났다. 2일에는 차이잉원 총통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영국 측은 이번 방문이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정책을 점검하는 작업의 일부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사실상 대만 지지 방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영국 의원들과 "증가하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위협과 국내외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취임 후 첫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서 대중 강경노선을 예고한 직후 이뤄졌다. 수낵 총리는 지난달 28일 "무역이 사회·정치적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과 함께 중국과의 소위 황금시대(golden era)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날카롭게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것"이라며 협력이 아닌 '관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주영 중국대사는 영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은 중국 내정에 관한 '총체적 간섭'이라며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어떤 움직임에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중국의 확고한 반대에도 영국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대만 독립 추구 세력에게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외교위는 중국 대사의 성명에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맞받았다. 알리샤 컨스 외교위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은 영국 하원의원들을 제재함으로써 대화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우리는 인도태평양 전역의 친구들과 대화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중국은 신장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례를 알렸다는 이유로 영국 하원의원 9명을 제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