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쓸쓸히 월드컵 도전의 막을 내렸다.
벨기에는 2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로 승점 4점이 된 벨기에는 같은 조 모로코(승점 7점)와 크로아티아(승점 5점)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3차전 승리가 간절했던 벨기에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14분 크로아티아가 혼전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벨기에는 실점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페널티킥 직전 비디오 판독(VAR)이 진행됐고, 벨기에의 파울 이전에 크로아티아가 오프사이드를 범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페널티킥은 취소됐다.
이후 벨기에는 점유율을 높여가며 크로아티아를 위협했다. 같은 시간대에 열린 모로코와 캐나다의 3차전에서 모로코가 2득점으로 조 선두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자 크로아티아의 공세도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는 양팀 무득점으로 끝났다. 크로아티아는 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지만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만 해도 벨기에는 잉글랜드를 2-0으로 꺾으며 대회 3위를 기록했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에 대어난 선수들을 주축으로 황금세대가 탄생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러나 벨기에는 이번 대회에서 높은 피파랭킹이 무색할 만큼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최약체로 평가되던 캐나다를 가까스로 이긴 데 이어, 2차전에서는 모로코에 0-2로 충격패를 당했고 경기력에도 혹평을 받았다.
대표팀 내부에선 "주전 선수들이 노쇠했다"는 발언까지 나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케빈 더브라위너(31·맨체스터시티)가 개막 전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는 너무 늙었다. 2018년 러시아 대회가 우승의 적기였다"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모로코전이 끝난 뒤 얀 페르통언(35·벤피카) 역시 "우리 팀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결국 벨기에 황금세대는 팀 내분 논란과 자조 속에서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