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일하고 시급 1만3000원··· 화물차 기사는 평균 근로자보다 못 번다

입력
2022.12.06 13:00
4면
[화물차 기사 3인 인터뷰]
정부는 "고소득" "귀족노조" 몰며 파업 비난
"새벽 출근, 주 6일 근무...차에서 먹고 잔다"
"안전운임 대상 늘면, 그나마 숨통 트일 텐데"

3명의 화물차 기사에게 출근시간을 물었다. 새벽 4시, 새벽 2시, 새벽 1시 30분. 집에선 몇 시간 자는 게 전부이거나, 아예 못 들어오고 차에서 쪽잠을 자는 날도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차 기사들의) 월 임금이 500만∼600만 원을 상회한다"며 안전운임제 대상 확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귀족노조 수뇌부"라고 화물연대를 비난했다.

과연 그럴까. 원 장관이 인용한 고용노동부 보고서(자동차 운송 527만9,000원, 곡물 운반 525만4,000원)는 차량 할부금이 빠진 것이고,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가 산정한 차량 할부금을 차감하면 월 소득은 407만9,000원(자동차 운송), 405만4,000원(곡물 운반)으로 낮아진다.

화물 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 12시간(한국교통연구원)을 적용하면 시급은 1만4,700원(자동차 운송), 1만3,500원(곡물 운반)이다. 근로자 평균 시급 1만9,806원(2021년 기준)보다 낮다.

할부금 갚고 나면 '자차(자산)'가 되는 거 아니냐고 할부금 차감은 말이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장시간 운행으로 수리비용이 막대하고, 5·6년에 한 번 바꿔야 할 정도로 화물차는 '소모품'에 속한다. 더구나 안전운임위는 차를 되팔고 남는 돈을 감안해 월 평균 차량 할부금으로 120만 원(감가상각비+이자)만 인정한다. 실제 할부금은 월 300만 원 정도여서 매월 체감소득은 통계상 400만 원보다 훨씬 적은 200만~300만 원 선이 된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정부와 대치하고 있는, 안전운임제 대상에서 제외된 화물차 기사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장시간 노동에 가정 생활이 없다

충남 논산에서 10년째 화물차 운송을 하는 김무성(51)씨는 세 아이의 아빠지만 일을 시작하고 자녀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 힘들어졌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집에서 나오고, 돌아오면 이미 또 잠든 후이다. 아내도 맞벌이를 하기에 세 아이의 양육에는 아이들의 조부모인 김씨 부모의 역할이 컸다.

10년 새 초등학생이었던 맏이는 대학생, 갓난아기였던 막둥이는 초등학생이 됐다. 김씨는 "집에선 4, 5시간 정도 눈만 붙이고 나와 온종일 트럭을 몬다"면서 "제대로 쉬는 날은 고작 하루라 밀린 잠을 자기 바빠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일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처지가 됐을까. 여기엔 밤낮없이 '과로'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화물운송 업계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가공 사료를 나르는 김씨의 하루는 보통 새벽 3, 4시부터 시작된다. 충남뿐 아니라 전라도 지역의 농장으로 물건을 옮기는 그는 공장에서 상차 작업(트럭에 화물을 싣는 일)부터 직접 한다. 약 16톤의 사료를 차에 옮기는 일에만 1시간가량이 소요되는데 이마저도 대기시간이 없을 때의 기준이다. 김씨는 "상차가 언제 개시될지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리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화물차주는 운송 건수가 많을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상·하차지를 오가며 1, 2분도 허투로 쓸 수 없다. 현실이 이러니 지난해 3월 개정된 '2시간 연속운전 시 15분 이상 휴게시간 보장'이라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김씨는 "제시간에 하차지에 도착하지 못할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달리는데 휴식이 가능하겠나"고 반문했다.

김씨는 "농장에서 맞춰달라는 시간이 있다"면서 "오전, 오후로 나눠서 만약 오후라면 7시나 9시인데 이보다 1, 2분만 늦게 가도 대기가 길어진다"고 했다. 그는 푸념하면서 덧붙였다. "만약 15분을 쉬어서 그만큼 늦게 도착했다면 그사이 앞서 도착한 차량의 하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트럭 1대만 앞에 있어도 1시간이면 끝날 일이 2시간으로 두 배 늘어나는데 누가 15분을 쉬겠습니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과속이나 졸음운전이 불가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씨는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하차지에서 기다리더라도 일단 도착해서 차 안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상·하차 대기시간은 '무급'인 데다 제대로 쉴 수도 없다. 김씨는 "하차지인 농장에 쉴 만한 공간도 없는 데다 줄지어 늘어선 트럭을 비운 채 나가서 밥을 먹는 일도 불가능해 차 안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잠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종일 차 안에서 보낸다. 바쁜 날에는 식사를 거르는 일도 잦다. 이렇게 일을 모두 마치면 보통 밤 11시 안팎이다.

그는 하루에 왕복 기준 300㎞의 거리를 2, 3번가량 다닌다. 300㎞는 서울에서 경남 진주까지의 거리에 맞먹는다. 거리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번 운송마다 운임은 40만 원가량.

제법 짭짤한 '고소득'으로 보이지만 맹점이 있다. 김씨는 "기름값으로만 운임의 절반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보험료도 김씨의 부담이다. 또 무엇보다 1억7,000만 원에 달하는 차량 구입비용도 매달 나눠서 갚는다. 김씨는 "만약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대도 절반은 유류비로 나가고 나머지 절반은 화물차량 할부 구입 비용으로 나간다"고 했다. 결국 그가 손에 쥐는 임금은 200만~300만 원 안팎이다.

김씨는 "화물차로 하루에 달리는 주행거리만 평균 800㎞로 많은 날은 1,000㎞에 달해 차량 노후화 시기도 빨라 수리비도 수백만 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5, 6년이면 또 화물차를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량 할부를 거의 다 갚을 시점이면 차량을 새로 사야 하는 셈이다. 2억에 가까웠던 화물차의 중고차 시세는 4,000만~5,000만 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20년 화물차주(화물 기사)의 적정 소득을 보장, 과로와 과속·과적을 막으려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됐다. 안전운임에는 화물차주의 상·하차시 대기시간을 비롯해 차량 감가상각비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사료 운송을 하는 김씨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안전운임은 시멘트 운반용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와 수출입용 컨테이너 차량에만 적용, 전체 화물차주 42만 명 가운데 2만6,000명(6.2%) 정도만 해당한다.

김씨는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의 과로를 비롯한 열악한 근무현실을 바꾸는 핵심이라고 본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서는 일평균 12시간 이상 운행을 하는 컨테이너 운송 화물차주의 비율이 29.1%에서 안전운임제 도입 후 1.4%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역시 50%에서 27.4%로 줄었고, 두 분야의 화물차주 월 평균 업무시간도 8.3%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인터뷰 내내 가족을 가장 많이 입에 담은 김씨는 "안전운임제가 있으면 그만큼 업무량을 줄여 시간에 쪼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한번도 못 갔던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도 가볼 수 있으리란 것이 그의 작은 기대이다.

"유해 유증기 마시며 일해, 운전 중 쓰러지기도"

“아무리 씻어도 우리한테서 기름 냄새가 난대요. 기침·가래를 달고 살고요.”

15년차 화물차 기사 이금상(55)씨는 커다란 물탱크가 얹혀진 모양의 탱크로리 트럭을 몬다. 원청인 화주는 정유사로, 인천 물류센터 등에서 휘발유·등유·경유를 운반한다.

이씨는 오전 2시면 집을 나서서 오후 7시까지 일한다. 일감이 적을 때는 주 3, 4일만 출근하지만 한 달 중 절반은 주 6일 근무다. 인천 물류센터에서 정유를 싣고 서울 곳곳의 24시 주유소를 들르는 게 첫 일정이다. 서울 운반이 끝나면 다시 센터로 돌아가 또 정유를 싣고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충북 일부 지역까지 들른다. 하루에 이 왕복 운반을 세 번 정도 하고 나면 일과가 끝난다.

휴식 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도 지키기 어렵다. 이씨는 “대형 화물차인지라 식당에 주차하려 해도 일반 차량 서너 대 칸을 차지해야 하니 눈치가 보인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는 일정이 아닌 이상, 편의점이나 패스트푸트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운전하면서 해결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 탱크로리 기사들만의 고충을 물었더니 이씨는 “대부분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적재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한 유증기를 일상적으로 들이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관지나 폐가 안 좋은 걸 넘어서 유증기 중독이 장기화되면 신경계통 질환도 심해진다”며 “운전 중 쓰러지는 일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씨는 “그저 탱크로리 상부 뚜껑을 열고 정유를 콸콸 들이붓는 게 현행 적재 방식”이라며 “차량을 개조하면 유증기가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적재할 수 있지만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원청도 운송사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유증기 차단 마스크라도 제공돼야 하지만 이마저 언감생심이다.


이들이 건강을 해쳐가며 받는 돈은 월 200여만 원 남짓이다. 매달 받는 총 운송료가 1,200만 원이라지만 부대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제일 많이 내는 게 매월 차 할부비 300만 원이고, 보험료 등 기타 고정 비용이 200만 원, 유류비로 300만 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유가연동제 실시로 인해 정유 판매가가 10% 인상될 때마다 운송료도 3% 오르긴 한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오르는 건 기름값뿐만이 아니다. 이씨는 “소모품·수리비도 어마어마하다"며 "탱크로리에 들어가는 타이어가 총 12개인데 타이어값이 15% 올라 현재 하나당 35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오래 써도 2년이면 갈아줘야 하는 교체 주기상, 타이어에만 2년에 400만 원가량을 쓰는 것이다.

이씨는 "이밖에도 톨게이트 비용과 식대가 월 100만 원이니 총 부대 비용은 한 달 최소 900만 원, 많으면 1,000만 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50만 원가량의 측면 블랙박스나 GPS까지 기사가 사비로 구입하는 게 오랜 관행"이라며 "전·후방 블랙박스야 교통 사고를 대비하는 용도라고 해도, 이외 다른 각도의 블랙박스나 GPS는 순전히 원청과 운송사의 관리·감독에 필요한 물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를 떠나면 그만’일까. 이씨에게 화물 기사라는 직업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다니던 회사를 나온 이후 어렵사리 다시 찾은 일이다. 이씨는 “화물 기사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라 전직을 쉽게 생각하기 어렵고, 금전적으로도 기존 직업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 할부값만 생각해도 전직은 쉽지 않다. 기사들이 화물차 할부를 갚는 데 드는 기간은 통상 4~7년. 이씨는 “중고로 팔려 해도 일반 차량만큼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원래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5,000만 원에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비가 할부값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기인 10년은 돼야 폐차를 고려할 수 있다.

이씨는 “화물 기사들이 요구하는 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달라는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남들 자는 오전 2시에 일어나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고강도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할 뿐”이라며 “특히 사고가 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직종이니 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에서 먹고 자고··· 물건 실으려 16시간 대기해봤다

35년차 화물차 기사 이해종(59)씨. 대형 화물차인 25톤짜리 카고 트럭을 모는 그는 거주지인 전북 군산과 수도권을 오가며 철강재인 환봉, H빔 등을 싣고 나른다.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면 새벽 1시 반, 늦어도 2시쯤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서울 도심은 오전 6시면 벌써 정체가 시작되기 때문에, 하차 시간인 오전 8~9시를 엄수하려면 서둘려야 한다.

상하차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힌 날에는 집에도 못 들르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중간중간 비좁은 차 안에서 풋잠을 자며 수면을 보충할 수밖에 없다. "거의 차하고 생활해요."

상하차 대기시간도 보통 4~5시간이지만, 길어지면 7~8시간도 대기해야 한다. "제일 길게 실어 본 시간이 16시간 걸린 날도 있어요."

대기시간에 편히 쉴 수도 없다. "상하차 시간 다 합치면 어떤 날엔 24시간 운전했다고 봐야 해요. 왜냐하면 대기하면서 잠을 못 자요. 상차 기다릴 때 앞차가 들어가서 싣고 나오면 바로 다음 차가 들어가야 되는데 (화물기사도) 경쟁하다 보니까, (다음 순번인) 내가 깜빡 졸고 있으면 뒤차가 얘기도 안 하고 들어가 버려요. 아는 차들끼리면 서로 클랙슨(경적)을 눌러주지만, 대기하는 차가 700대, 800대 이러는 데 서로 다 알 수가 없잖아요. 그니까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밥도 차에서 끓여 먹고 그러죠. 커피포트를 아예 갖고 다니니까. 지금 제 차에도 (즉석)떡국, 라면, 햇반 다 있어요."

이씨는 군산에서 수도권으로 갈 때 1건, 수도권에서 군산으로 내려올 때 1건. 보통 이틀간 '두 탕'을 뛴다. 올라갈 때 운임은 보통 40만 원, 내려올 때는 그보다 적은 30만 원 안팎이다.

내려올 때 운임이 더 낮은 건 '주선사가 장난을 치는 탓'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35만 원어치인 일감도, 27만~29만 원에 배차를 한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화물기사들이 '빈 차' 운행을 할 수 없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하루 12시간, 길면 17~18시간 연속으로 일한다. 그렇게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한 달에 25일쯤 일해야 그가 찍는 매출은 1,000만 원을 가까스로 넘긴다. 하지만 수중에 남는 돈은 보통 250만~300만 원. 요즘엔 유가가 고공행진이라 "최근에는 1,000만 원 매출이면 100만 원 벌이"라고 이씨는 말했다.

평소면 350만 원 안팎이던 기름값도 지난달 500만 원이 들었다. 차량 할부금도 220만 원씩 나간다. 그 외에도 고속도로 통행료, 차량 정비비, 어플(애플리케이션) 이용료 등 각종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가처분 소득은 줄어든다.

“휴게소 들르면 보통 1시간은 깨져요. 항상 시간에 쫓기니 갈 여유가 없죠. 요즘엔 휴게소 밥도 너무 비싸가지고… 8,000원짜리도 없고 기본이 9,500원, 1만2,000원 이러니 먹을 게 없어요. 식사를 제때 제대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죠.

졸음 쉼터라고 고속도로에 만들어놓은 데도 너무 좁고 열악하고, 대부분 언덕바지(배기)에 있어서 짐 실은 화물차는 기름을 더 먹으니까 들어가기가 힘들어요. 요즘 리터당 1,800~1,900원 하는 엄청난 고유가 시대라 잠시 화장실만 갔다 와도 기름에서 엄청 손해예요.”

새벽 한가한 도로의 빨간불 신호등 앞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순식간에 몇 분이 흐르고 다른 차 경적 소리에 화들짝 깬 일이 왕왕 있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 동안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035명 중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절반인 522명(50.4%)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고속도로 사망자 71명 중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46명(64.8%)이었다. 원인은 졸음운전, 무리한 적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량 개조, 차량 노후화 등이 꼽힌다. '낮은 운임'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과로·과적·과속의 서늘한 단면이다.

이씨는 "과로·과적·과속을 막기 위해서 저희가 주장하는 게 안전운임제”라고 강조했다. 운송품의 주인인 화주(기업·공장)와 운수사업자(운송사·주선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정하는 현 운임체계 내에서는 적정 시간만 일하고, 교통 신호를 철저하게 지켜서는 도무지 차량 원리금을 갚을 방도도, 생계를 유지할 길도 없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를 '도로 위 최저임금제'라고 말하는 이유다.

"따지고 보면, 주변에 최저임금도 못 받고 달리는 기사도 많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 거리별, 품목별로 정해진 기본 운임이 있기 때문에 생계가 보장되는 거죠.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고 있는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은 보통 월 벌이가 80만~120만 원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는 35년 동안 일하면서 차를 6번 바꿨다. 72개월 할부로 가장 최근 구매한 차량은 원금이 '2억6,800만 원'. 여기에 이자까지 치면 3억 원에 달한다. 전에 몰던 차량을 판매한 대금 등으로 마련한 1억여 원을 인도금으로 넣고, 매달 220만 원씩 나간다.

"몇 년 몰면 계속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새 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화물차 기사들은 노무제공 형태는 근로자와 유사하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정부가 2020년 7월 특고 종사자에 대한 산재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전에는 다쳐도 오롯이 본인이 감당했다.

이씨도 두 차례 크게 다친 경험이 있다. 화물 기사들은 상하차지에서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일도 종종 하는데, 끼임 사고 등으로 왼쪽 중지는 절단됐고 오른쪽 검지도 살점이 거의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게 다쳐 온전치 못하다. 500만 원, 1,00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도 당시 직접 감당해야 했다.

화주와 기사 사이에 끼는 운송사, 주선사 등 중간업체가 많은 점도 실제 기사에게 떨어지는 운임이 낮아지는 원인이다.

이씨 설명에 따르면, 주선사는 배차 건당 3만~5만 원의 수수료를 뗀다. 운임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감을 주선하는) 화물 어플은 주선업자보다도 장난을 더 많이 친다"고 이씨는 말했다. 어플은 건당 5만~7만 원의 수수료를 뗀다. 더군다나 업계에선 통상적인 운임과 비교할 때, '화주 견적'에서 일부 금액을 제한 액수로 일감을 어플에 올리는 '선 칼질'이 만연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렇게 수수료를 많이 떼는데 어플을 안 쓰면 안 되냐'는 기자의 물음에 "안 쓰면 일감을 못 찾는데 어쩌겠냐. 주선사에서 일을 못 구하면 어플이라도 봐야 하는데, 화물 기사끼리 경쟁을 붙이는 구조다 보니 임금은 더 떨어진다. 이용료도 매달 7만 원씩 내야 하지만, 빈 차로 공회전하며 집에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저도 내년이면 나이가 60인데, 화물차에서 손을 놓으면 어디 들어갈 곳이 없다.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최나실 기자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