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도 사람 곁에 머무는 동물… 안락사 이외의 해법 찾아야"

입력
2022.12.02 11: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들고양이가 악동이라고요? 국립공원 내 안락사 지침 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1월 25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 주신 분이 2,100여 명에 달했습니다.

환경부의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 내용 중 안락사 내용을 삭제하고, 고양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셨는데요.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에 지침 개정 상황을 물었습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에게는 지침 개정 방향을 들어 봤습니다.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 개정 상황은 어떤가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요구한 지침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현재 실무자 선에서 수정안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오래전 제작된 지침이라 이주방사 기준 등 수정하고 보완할 범위가 넓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대외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초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하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안락사 지침은 그대로 유지되는 건가요.

"안락사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부터는 아예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중성화 후 재방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섬에 사는 고양이로 인한 조류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락사를 완전히 삭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지침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안락사 순서를 뒤로 조정하고, 안락사 대상, 기준, 절차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환경부는 안락사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중성화로 이미 개체 수가 줄고 있는데 굳이 안락사 지침을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현재 시행하는 중성화 후 방사(TNR)와 달리 정관∙자궁절제술(TVHR)을 하면 서식 밀도가 더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안락사 이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적용하는 게 먼저입니다."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

"예컨대 고양이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거나 전염병에 걸린 경우라면 안락사나 살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섬과 같은 고립된 환경에서 고양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성화 후 재방사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되 안락사나 살처분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반드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확인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지침 개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보나요.

"고양이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관련 예산을 들여 고양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게 먼저입니다." (채일택 팀장)

"동네 고양이든 들고양이든 모두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기존 연구결과를 보면 들고양이 역시 사람 주변에서 먹이를 구하는 반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서식 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조사에 따르면 들고양이 개체 수가 감소하는 데 이는 중성화뿐 아니라 국립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 음식점을 이전한 사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천명선 교수)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