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화물연대 파업을 겨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파업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며 지난달 27일 의왕 컨테이너기지, 29일 단양 시멘트공장을 잇따라 찾은 윤 청장은 30일 인천 신항을 방문해 "(노조가) 국가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앞서 노조원들이 비노조 차량에 쇠구슬을 던진 사건에 대해선 "테러에 준하는 악질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파업 불참 차주들이 보복당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하라고 일선에 주문했다.
치안 총책임자인 경찰청장이 불법 여부를 분별하지 않고 파업 전반을 범죄시하거나 파업 참여자와 불참자 간 '노노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건 이례적일뿐더러 부적절하다. 윤 청장은 파업 전날인 23일 시도청장 회의 때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어떤 관용도 없이 불법행위에 대처하라"고 지시하면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작도 전에 '파업은 불법'이라고 예단하면서 파업권이 헌법상 권리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나 싶어 걱정스럽다. 경찰 총수의 편향된 선입견은 자칫 경찰력 과잉 행사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청장이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이하 정부와 여당이 연일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 노선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번 파업을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으로 규정한 28일 윤석열 대통령 발언, 화물연대가 소속된 민주노총이 개입된 '기획 파업'으로 규정한 30일 대통령실 입장에 맞춰 관계부처 장관과 여당 지도부가 연이어 동조 발언을 쏟아내는 형국이다. 이런 일사불란한 행보엔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 청장의 '복권'을 꾀하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추측까지 나오는 판이다.
물류 중단의 여파가 건설, 정유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파업을 속히 해소하려는 정부의 조바심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경찰까지 내세워 교섭 상대방인 노조를 적대시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