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에서 ‘나무늘보 이동 동물원’을 둘러싼 논쟁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최근 이 같은 이동 전시 행위가 동물원법 개정으로 금지됐는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CBS, 롱아일랜드 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뉴욕 주 서퍽 카운티 의회에 최근 ‘희귀동물 이동 전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뱀, 악어 등 야생동물로 분류된 동물들이 허가 받지 않은 장소에서 전시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이 법안이 발의된 배경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롱아일랜드 지역을 기반으로 나무늘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 ‘나무늘보와의 만남’(Sloth Encounter)이 동물보호 활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시점입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롱아일랜드(Humane Longisland)는 이곳의 전시 행위가 동물학대에 가깝다며 해당 업체를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업체가 나무늘보를 비롯한 희귀 동물들을 가정집 혹은 파티 현장에 데려가 공연 및 전시를 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나무늘보는 열대 우림에서 하루에 15~20시간 잠을 자는 습성이 있습니다. 즉, 실내에서 사람들의 손길을 타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뜻이죠. 존 디 레오나르도(John Di Leonardo) 휴메인 롱아일랜드 대표는 “나무늘보를 좋아한다면 이렇게 야생동물을 착취하는 업체의 서비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나무늘보는 만지는 행동을 원하지 않으며, 인간과 가까이 접촉하도록 강요받는 시간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휴메인 롱아일랜드의 고발조치로 인해 업체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물학대 혐의는 물론이고 공중위생을 저해하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동 전시 도중 나무늘보가 어린이를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업체 대표인 래리 왈라크(Larry Wallach) 씨는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법원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업체 영업을 중단하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법정 다툼이 첨예한 가운데 입법기관에서도 해당 전시 행위의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법안을 발의한 제이슨 리치버그 의원은 “우리 지역사회가 이런 전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하겠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 법안 발의에는 레슬리 케네디 의원과 트리시 버긴 의원도 참여했습니다. 버긴 의원은 “동물들의 처우가 매우 비인간적”이라며 “어떤 외래 동물도 어린이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네디 의원 역시 “단순 동물복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법안의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왈라크 씨는 CBS에 “나무늘보들은 반려동물로서 합법적으로 키워지고 있으며,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곧 나무늘보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서퍽 카운티 의회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의원들은 12월 초 예정된 표결에서 압도적인 통과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지난달 24일, 국내에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동물원 허가제 도입’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에는 동물원 및 수족관에서 보유한 동물을 다른 시설로 이동해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 동물에게 공포나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국내에서 이 법이 통과된 이유 또한 동물복지와 공공 위생 건강이었습니다. 뉴욕 주에서 논쟁거리가 된 이번 법안이 과연 의회를 통과할지 주목됩니다.